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중동 평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중동평화 구상을 발표했으나 이스라엘 쪽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역시 이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트럼프 유대인 사위가 3년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 정착촌 건설을 일정 기간 동결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참석했다.

이 구상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웨스트 뱅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팔레스타인 측에는 정착촌을 받아들이는 대신 동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 국가를 건설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협상을 하는 향후 4년 동안은 요르단강 서안에 새 정착촌을 건설하지 않도록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고 대사관을 개설하는 데 500억 달러의 국제 금융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완전한, 매우 중요한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에 따르면 이번 구상은 미국이 작년 발표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경제지원 방안을 토대로 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유대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감독 아래 거의 3년에 걸쳐 이 구상을 만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 ‘환호’·팔 ‘격분’… 외신도 “편파적”

이번 발표에 대해 NYT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는 중동평화구상”이라며 이스라엘에는 수십년간 갈등 속에 추구한 대부분을 주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제한된 주권을 지닌 국가로 부르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AP도 이 발표가 이스라엘을 기쁘게 해줬지만 팔레스타인은 격분시켰다며 “세부사항이 드러나면서 평화구상은 네타냐후의 강경 민족주의 비전에 편중돼 있고 팔레스타인의 핵심 요구를 무시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전략적 요충지인 요르단 계곡과 정착촌에 대한 주권을 유지하게 되지만 팔레스타인에 제공될 동예루살렘 지역은 콘크리트 장벽으로 분리된 가난한 곳이라고 AP는 설명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긴 후 강제로 점령한 지역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은 이번에도 미국의 이스라엘 정착촌 주권 인정을 우회 비판했다. 유엔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측이 1967년 이전 경계선에 기초해 인정된 국경선 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사는 ‘2국가 비전’의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럽과 러시아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할 2국가 해법을 기준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수용할 수 있는 2국가 해법만이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검토하되 당사국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과 직접 통화해서 양측이 모두 허용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겠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터키는 이번 구상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이 평화계획이라며 사산아를 낳았다”며 “이번 구상은 2국가 해법을 무산시키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이란도 외교부 성명을 내고 “미국의 계획은 수치스럽고, 시대의 역행하는 것으로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평화 계획' 발표에 관해 친이스라엘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진은 아바스 수반이 지난 22일 라말라의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와의 회담 후 연설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평화 계획' 발표에 관해 친이스라엘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진은 아바스 수반이 지난 22일 라말라의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와의 회담 후 연설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팔레스타인은 이번 구상이 이스라엘에 편파적이라면서 강력하게 거부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세기의 거래(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는 안된다”며 “예루살렘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민족은 미국의 구상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라며 “천번이라도 ‘노(No)’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 우호적인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매우 진지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에서 “양국간 차이는 대화를 통화 풀어나가야 한다”며 “대화로서 평화적인 절차를 진전 시켜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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