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만19세∼74세 전국 성인 남녀 4천명을 대상으로 2019년 교육여론조사(KEDI POLL)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학부모의 ‘초중고 교사 능력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79점으로 학교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초·중·고 교육에 대한 평가는 초등학교는 3.09점, 중학교는 2.82점, 고등학교는 2.49점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낮아지며, ‘보통(C)’(53.5%) 수준으로 부정적 평가(33.9%)가 긍정적 평가(12.7%)보다 많았다. 유학을 보내고 싶다는 응답도 38%에 달했다. 그 이유로 한국 교육에 대한 불만(24.6%), 자녀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위해(19.5%), 경쟁 위주의 교육에 대한 불만(19.2%), 외국어 학습을 위해(18.8%), 우수한 교육을 위해(16.2%) 등을 꼽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불신의 골이 상당히 깊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학교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느낀다.

학교는 교육과정에 맞춰 입시와 관계없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목표가 단순 입시가 아닌 사회성, 인성, 협동심, 봉사 정신 등을 함양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학원은 오로지 학생의 입시 실력 향상에만 신경 쓰면 된다. 아예 비교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두 기관을 비교해 학교를 평가절하 하고 있다. 학교와 학원을 공부를 잘 가르치는 기준으로만 비교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학원 강사 중 임용고사를 합격할 실력을 갖춘 강사는 그리 많지 않다. 교사는 최소 상위 5% 이내의 학생들이 교대, 사대에 진학 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임용고사에 합격해야 교사가 된다. 교사도 행정업무나 학생 지도를 하지 않고 학원처럼 수업만 하면 얼마든지 잘 가르칠 수 있다. 학원과 같이 수준별로 반 편성을 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학교도 바뀌어야 하지만 학생 인권을 우선하는 진보교육감과 전교조의 반대로 구성조차 못 한다. 실력 편차가 너무 큰 아이들을 한 교실에 집어넣고 같은 수준의 수업만 하려다 보니 학교 수업이 엉망이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시시때때로 공교육, 교사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부모의 평균 학력이 중학교 졸업이던 70~80년대에 교사를 대하던 부모의 시선과 평균 학력이 대졸인 2000년대 이후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큰 차이가 있다. 공교육 붕괴는 교육 당국과 교사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일부 교사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일반화해 모든 교사의 문제로, 모든 학교의 문제로 비화시켜온 언론의 편향된 보도도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 시켰다. 교사들은 “교권의 끝없는 추락과 학교 붕괴로 학교가 아이들을 맡아주는 탁아소가 된 지 오래됐다”고 개탄한다.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불신하고 사기를 꺾어 학부모가 우월한 위치에 서려는 것은 학부모나 학생,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의 불신이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니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교사들마저 자괴감과 상실감에 손을 놓고 있다. 교사 때리기가 지금처럼 지속 되면 교사 기피 현상이 만연해 교대, 사대를 지원하는 학생의 수준이 떨어진다. 이는 곧 대한민국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공부는 교사가 시키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방향만 제시하고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학창시절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학창 시절 스스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학부모가 교사의 자질을 논하며 학원 강사와 비교해 교사를 깎아내린다. 교사를 학부모나 아이들 뒤치다꺼리 해주는 서비스업 종사자로 취급을 하니 교사도 사명감이 사라지고 가르치는 직업인으로 전락해 간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면 능력 있는 교사이고, 아니면 무능한 교사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이다. 학생의 실력은 교사의 자질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부모의 학창시절 성적과 현재 부모의 삶의 방식은 자식의 성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학교와 교사를 탓하기 전에 부모가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공부할 능력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대졸 학벌을 만들려는 부모의 이기심이 아이들을 불행한 삶으로 내몰고 있다. 공부 외 다른 특기를 잘 살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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