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수 기자] 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그는 살아 있었다. 지난 16일 천주교계 곳곳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물결로 가득했다.

재단법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장기기증 확산운동 ‘희망의 씨앗 심기’ 캠페인을 개최했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빨간 풍선을 흔들며 장기기증 신청을 홍보하는 여대생과 주름이 깊게 팬 얼굴과 희끗희끗한 머리의 할아버지도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빨간 풍선을 높게 들어 올리며 선포식을 알렸다. “풍선을 멀리 날리면 좋겠지만 도심 한복판이니 자제하자”는 진행자의 농담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자원 봉사자로 참가한 이승완(84) 할아버지는 “지금도 김 추기경님의 가르침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신앙생활 하고 있어요. 그분은 다른 지도자와는 달리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인 실천을 강조하셨죠”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기자는 궁금해졌다. 김 추기경이 다른 지도자와는 다르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러면서 자연스레 요즘 성직자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최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08~2010년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성직자 70명 중 1명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얼마 전 목회자 간 폭행사건이 일어났던 소망교회에서 또다시 부목사였던 사람이 성도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개신교계 대표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정기총회에서는 대표회장 불법선거 문제로 난투극이 벌어졌다.

게다가 한기총 내에서는 대표회장 금권선거(돈을 주고받음) 논란으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어 더 이상 연합단체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그렇다면 김수환 추기경은 어떠한가. 그는 스스로 자신을 낮춰 ‘바보’라는 표현을 쓰며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았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도 각막기증으로 두 사람에게 빛을 선물했고 이로 말미암아 장기기증 신청자가 엄청난 수로 늘어나 김 추기경의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이웃종교와 대화하며 소통하고자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한국 천주교에서 가장 큰 어른이었지만 낮은 자의 모습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김 추기경이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그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훔친다. 어쩌면 지금 종교인은 물론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정신적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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