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설 연휴 전날인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설 연휴 전날인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유커 한국 방문 급감 예상
관광·유통 중심 소비 타격
“아직 제한적, 지켜봐야”
과거 전염병사태로 악영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중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우한(武漢) 폐렴’ 사태가 반등을 준비 중인 한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간의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부진이 작년부터 이어져 올해도 뚜렷한 회복세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더욱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가 악화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2% 초반대의 성장률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2.4%의 올해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려하려던 찰나에 암초를 만났다.

우선 당장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 한국 방문의 급감이 예상된다. 이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이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설) 연휴 기간 방한하는 유커 규모도 줄면서 이에 따른 경제효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확진 환자가 많지 않지만,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소비 주체인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국내 소비·여가 활동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 번째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6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했던 과거 사례가 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2009년 가을에 심하게 퍼진 신종플루로 인해 한국경제는 그해 4분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고, 성장률은 전기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당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위축된 상황에서 2009년 2분기 1.5%, 3분기 2.8%를 기록하는 등 증가폭을 늘려나가던 분위기에서 4분기에 다시 주저앉았던 것이다.

메르스 충격이 가해진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명 넘게 줄면서 여행업이 큰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는 확진자가 적고 확산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메르스 사태 때는 정부가 추경을 편성했는데, 우한 폐렴 사태는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니지만 확산 속도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고, 백신이 얼마나 빨리 나와서 진화가 될지 여부가 관건이다”며 “지금은 초기 단계라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겠고, 장기화 되지 않는다면 우려 단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또한 “한한령(限韓令)이 풀려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많이 올 것으로 기대됐는데, 이제는 오는 것에 대한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내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면서 “여행수지의 감소나 자본시장에서의 불확실성 등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영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우한 폐렴 관련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의 시각을 살핀 결과 “대체로 사스와 비교해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춘제, 변종 발생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전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질병 확산 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전염이 제한적일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주요 기관들이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 번째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6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6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