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네 번째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차 시간표를 확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네 번째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차 시간표를 확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7

마스크 착용한 승객 대다수

호캉스 다녀온 시민도 보여
49만명 가량 열차 이용해

[천지일보=이수정·최빛나 기자] “이번 설에 세뱃돈 많이 받아서 좋아요. 돈 많이 모아서 할머니 옷 사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부모님과 함께 부산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갔다가 돌아온 강지은(7)양이 세뱃돈이 든 복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해맑게 얘기했다.

알록달록한 색동한복을 입어 기분이 좋다는 김양은 “할머니께서 세배 잘 받았다고 돈을 많이 주셨다”며 “돈 많이 모아서 예쁜 인형도 사고 할머니한테 옷도 사드리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역 플랫폼에는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는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짧은 연휴 탓에 빨리 가는 시간이 야속하다며 아쉬워하는 시민들도 있는 반면, 가족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설 연휴 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한 폐렴’ 때문에 확산 우려가 불거지면서 서울역 내 직원들은 물론 해외에서 온 관광객, 어린이, 노인을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남자아이가 마스크를 끼고 있는 것이 답답해 벗으려 하자 아이의 엄마는 “마스크를 꼭 끼고 있어야지 독감에 안 걸린다”고 타이르기도 했다.

‘우한 폐렴’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귀경길은 즐거워 보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7

부산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김민석(11, 서울 중구)군은 “설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오랜만에 할아버지 집에 다녀왔다”며 “지난 추석 때는 아버지가 직장일로 바빠서 못가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가게 돼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절 동안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가족끼리 윷놀이도하고, 친척들이랑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대구에 있는 친척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이영주(29, 여, 서울 중구)씨는 “설을 맞이해 친척들을 뵙고 왔다”며 “오가느라 몸은 힘들고 지쳤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당장 일하러 가야 하는데 몸이 찌뿌둥해서 마사지라도 받으러 가려고 한다”고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군 입대 후에 처음 휴가를 나와 설 명절을 보내 무척 설렜다는 박기웅(가명, 22, 남)씨는 “오랜만에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며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왔다. 다시 부대로 복귀할 생각에 막막하지만 고향에 가서 재충전한 만큼 훈련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석준(가명, 44, 남)씨는 “서울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며 “한동안 바빠서 부모님을 뵙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이 대가족이라 식구 수가 제법 많은데 설 명절에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나서 제대로 명절 분위기가 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보러 가는 대신 친구들과 재밌는 추억을 쌓고 온 시민도 있었다.

친구들과 호캉스를 다녀왔다는 최유라(27, 여, 서울 종로구)씨는 “이번 설에는 연휴 기간이 너무 짧아서, 머리도 식힐 겸 친구들과 함께 부산으로 호캉스를 다녀왔다”며 “호텔 내부에 시설이 워낙 잘 돼 있어서, 라운지도 가고 수영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머나먼 귀경길에 다소 힘들어하는 시민도 보였다. 대전에서 오는 길이라는 정희숙(38, 여)씨는 “부모님 뵙고 올라가는 길”이라며 “친정이랑 시댁이랑 거리가 좀 멀어서 오고가는데 좀 피곤하다”며 다소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설 때는 시댁에 못 찾아봬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에 갔다 와서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레일은 이날 49만명 가량이 열차를 이용해 귀경길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12만명(25%)은 서울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행선을 기준으로 경부선 95%, 호남선 94.1%, 전라선 99.4%로 평균 93.1%의 예매율을 보였다. 하행선 기준 예매율은 경부선 51.3%, 호남선 45.9%, 전라선 57.8%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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