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3일(현지시간) 인도 케랄라에서 한 수녀가 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물라칼 주교 구속 촉구 시위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인도 케랄라에서 한 수녀가 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물라칼 주교 구속 촉구 시위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교황청 여성지, 사제 성폭력· 권력 남용 사례 폭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 세계적으로 수녀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이유가 사제 성폭력과 권력 남용, 열악한 근무 환경 등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AP통신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여성 월간지인 ‘위민 처치 월드(Women Church World)’ 2월호에서 수녀들이 겪고 있는 극도의 피로와 트라우마, 착취 실태를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위민 처치 월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단에서 쫓겨난 수녀들을 위해 로마에 특별한 거처를 마련하도록 승인했지만, 수녀들은 거리에 남겨져 일부는 매춘 등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청 수도회성 장관 주앙 브라스 지 아비스 추기경은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녀원을 떠나려 하거나, 교단에서 제적된 자매의 신분증명서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 가운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춘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잡지는 과거에도 수녀들에 대한 사제의 성적 학대와 부당한 노동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수녀들이 정당한 계약 없이 추기경들을 위한 청소 등 허드렛일을 강요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아비스 추기경은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남용 사례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드물기는 하지만, 한번 (높은 직책에) 선출되면 절대 내려오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일부 수녀들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AP통신은 전 세계적으로 수녀들의 숫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의 수녀 수는 전년의 65만 9445명에 비해 1만 885명이 감소했다.

지역으로는 유럽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의 수녀원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교회 내 자산을 차지하기 위한 수녀들과 교구 주교들, 또는 교황청의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남미 지역은 수녀 수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지원자 수가 늘어났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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