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6.30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미 3자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 2019.6.30

전문가 “북미 교착상태 이어질듯”

ICBM 도발 가능성엔 의견 분분

북미정상회담 미국 대선과 맞물려

대북 개별관광… “당분간 어렵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남북은 물론 북미 간 대화도 중단된 채 맞이한 2020년. 올해 북미관계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미 간 교착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인식차가 좁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을뿐더러 미국이 대선 일정을 앞두고 작금의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북미협상과 연동돼 있는데다 제재 조치로 대북 사업이 묶여 있는 만큼, 남북관계의 진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밝힌 북한 개별관광 등 대북 구상,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출전 등이 남북대화의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은 고심 끝에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과 외교·군사력 강화를 두 개의 축으로 압축해 놓고 지구전을 택했다. 그런 식으로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면서 “아울러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최근 이란 사태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북한 문제는 일단 현 국면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쪽에 힘이 실린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이 장기전에 들어간 원인과 관련해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면 미국을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역시 “현재로선 북미 양측 간 뾰족한 방안이 없다”며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압박할 것이고, 미국은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관리 정도로 만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북한, ICBM 도발하나

지난 2019년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푼 기대로 출발했지만, 이른바 ‘하노이 노딜’ 충격과 함께 한반도 상황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당시 광범위한 비핵화 조치와 종전 선언 같은 장및빛 기대가 나왔었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하노이 노딜’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곧장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며 ‘연말 시한’을 못 박았다.

이 과정에서 ‘판문점 깜짝 회동’ ‘스톡홀름 실무협상 재개’ 등 반전 기회도 있었지만,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두고 북미는 이후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간 북한은 같은 해 5월부터 7개월 동안 13번의 발사체 발사를 단행했고,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등 남측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지난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는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가능성도 점쳐졌다.

ICBM 도발 등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설 가능성과 관련해선 견해가 엇갈렸다. “도발할 가능성 있다” “쉽지 않다” “새로운 무기체계로 실험을 할 수는 있다” 등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 짜증이 많이 난 상태라서 레드라인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ICBM 도발이나 핵실험을 한다면 북한이 징징거리는 극대화 수준이 되겠지만 펀치를 날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보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 말해 그것 자체가 판을 깬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물론 단기적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제제가 뒤따를 수 있지만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란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어차피 깨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리나 북한이나 합의가 목표가 되선 안된다”며 “합의를 유지시켜가는 툴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상호교류 등 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북한이 ICBM 도발을 하더라도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반면 남 교수는 “미국은 현재 (비핵화 상응조치로) 북한이 원하는 양보안을 내놓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에선 불만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ICBM을 발사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북한이 추가적인 대북제제를 감수하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깨면서까지 공격적인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교수는 “북한의 ICBM 도발은 무기 개발 공정상 필요할 때 가능성이 있다”며 “그간 김정은의 성향을 보면 전략적 도발이 아닌 형태, 즉 새로운 무기 개발에 대한 시험이라는 측면에서 발사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 6~7월 주목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선 미국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고 교수는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다양한 또 다른 변수가 작동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국면이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어려워질 경우 북한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6월이든, 7월이든 북미 정상회담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열어둬야 된다”고 밝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변수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북한카드를 붙잡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며 “앞서 열렸던 6.12 싱가포르 회담 시기를 전후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한다. 먼저는 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가 전개될 경우 또는 동경올림픽을 전후에 이벤트성 만남 정도가 있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으로 북한 문제를 대선 직후로 넘기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김 교수는 이같이 언급하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선 이후로 북한 문제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미 대선 이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금강산 관광 정상화 (PG). (출처: 연합뉴스)
금강산 관광 정상화 (PG). (출처: 연합뉴스)

◆남북관계 험로 예상

하노이회담 결렬 여파로 북미는 물론 남북 간에도 강한 냉기류가 흐르면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넓혀가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우리 측 대화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북한이 호응해오기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쪽에 비중을 실었다.

고 교수는 “작년 1년에 대한 반성이다. 북미관계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하겠다는 것인데 일단은 북한이 반응을 보여야 된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북한은 개별사업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북제제를 푼다든가 이런 부분을 근본적으로 제도화해 나가는 걸 원하기 때문에 관심을 표하지 않는 등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고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 측 제안은 유인책으로 봐야 한다. 우리 의지를 보여주면서 북한에 앞으로는 더 이상 문을 닫지 말고 대화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던진 여러 카드 중 하나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당장은 어렵다. 북한은 나름 자존심이 있는데다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바로 곧장 반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일정하게 밀고 간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북한도 나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리스크가 없을 수 없다”며 “안전한 길로 가려면 트럼프 대통령 입만 쳐다보며 기다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하는 50%의 국민에게 욕을 먹으면서 가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일체의 논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평가나 분석은 쉽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남 교수는 “남북관계는 완전히 북미관계에 종속변수여서 진도를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한 폐렴으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고 있는데 무슨 관광을 가냐”고 반문했다.

안 소장은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북한이 이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의미가 없다는 걸 북한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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