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후 자녀들이 부모님들에게 새해 건강을 기원하며 세배를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DB
차례 후 자녀들이 부모님들에게 새해 건강을 기원하며 세배를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DB

 

2017·2020년 알바천국 설문조사 결과 보니

20대 10명 중 6명 ‘명절 나 혼자 보내겠다’

가족 및 친척 잔소리, 큰 스트레스 요인 지목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명절에 고향 안 내려간 지 1년 됐어요. 아무리 가족이라 할지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데, 가서 괜히 스트레스 얻어서 오고 싶지 않아요. ”

사회 초년생 김모(21)씨는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 연애 등 부담스럽고 어려운 질문들을 많이 받아 스트레스였다”며 “이젠 오히려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 명절 기피 20대 증가…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명절이지만 명절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혼자 추석, 설날 등 명절을 보내는 이른바 ‘혼추촉’ ‘혼설족’의 대다수도 20대가 차지한다. 직장인이 아니어도, 명절날 마주하는 가족들과 친척들의 잔소리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지난 2017년 전국 20대 남녀 11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명절을 홀로 보낸다’고 답했다. 명절을 홀로 보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선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23%)’라는 답변이 두 번째로 많았다.

20대 응답자 10명 중 8명 정도(76.3%)는 명절날 가족 및 친척들의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유모(24)씨는 “나를 얘깃거리 삼아 가족과 친척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 나쁜 건 당연하다”면서 “명절도 나름 휴일인데 그런 모습들 보면 괜히 짜증나고 혼자 있고 싶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현상의 요인으로 ‘가족 관념’의 부재를 지목한다. 과거 전통 사회와 달리 현대 사회에선 서로 흩어져 생활하는데다 가족의 애정도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나홀로족(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나홀로족(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5년마다 조사하는 국가통계조사인 ‘2015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범위는 부모(86.3%)와 자녀(83.8%), 배우자(82.1%), 형제·자매(76%) 순이었다. 친조부모와 외조부모까지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각각 42.8%와 33.2% 였다.

반면 아버지의 형제 및 배우자까지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5.3%에 지나지 않았다. 고모(25.9%)·이모(26.5%)·외삼촌(24.3%)까지 가족으로 생각하는 비율 역시 30% 미만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25씨는 “어머니 고집이 워낙 세셔서 어쩔 수 없이 추석이나 설날 중 하루만 내려가고 있다”며 “억지로 친척들 틈에 앉아서 웃는 그것도 고역이고 스트레스”라고 푸념했다.

◆이번 명절도 나홀로… 취준생 위한 ‘명절대피소’까지 등장

이번 설 연휴에도 귀성해 가족들과 만나지 않고 홀로 보내는 ‘혼설족’의 비율은 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천국이 최근 성인 33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9.1%가 ‘설 연휴를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설날에 가족 또는 친척 모임에 가지 않겠다는 응답률도 42.6%였다.

혼설족이 증가세를 보이며 혼자 명절을 보내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입시학원 등에선 명절에도 여러 이유들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공부에 매진할수 있도록 ‘명절대피소’ 운영에 나섰다. 이 명절대피소에서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간식과 외국어 강의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과 혼자 호텔에서 연휴를 보내는 호캉스족도 있다. 서울의 한 증권사에 다니는 한모씨(29)는 “이번 설 연휴는 짧아 고민하다 서울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다”며 “서울 특급 호텔을 1박 2일 예약해놨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추석 연휴에 파고다 명절대피소를 방문한 학생들의 모습. (제공: 파고다어학원 종로) ⓒ천지일보
지난 2015년 추석 연휴에 파고다 명절대피소를 방문한 학생들의 모습. (제공: 파고다어학원 종로)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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