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6

23일자 고검검사급 인사 단행

중앙지검 차장들 모두 지방行

‘상갓집 항명’ 양석조도 전보

변협 선정 우수검사 등은 혜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예정대로 지난 2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는 ‘전국 균형배치’ 등을 내세워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검사 모두를 지방으로 발령했다. 대신 일선 형사·공판부에서 우수검사로 뽑히는 등 성실히 일한 검사들은 중앙지검으로 올려 보냈다.

법무부는 이날 고검검사급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발령은 다음 달 3일자로 이뤄진다.

미리부터 예고된 인사였던 만큼 인사를 통해 추 장관과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7

◆‘윤석열 사단’ 6개월 만에 ‘분해’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서울중앙지검 4명의 차장검사가 모두 지방 발령 받았다는 사실이다. 먼저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평택지청 지청장으로,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모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 등의 책임자였다.

신자용 1차장은 부산동부지청장으로, 한석리 4차장은 대구서부지청장으로 발령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를 책임지던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천안지청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해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애초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굳건한 신뢰 속에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고속 승진했고, 이에 맞춰 ‘윤석열 사단’도 함께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현 정부와 윤 총장과의 관계는 멀어졌고, 추 장관 부임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외에도 당시 대검 간부는 대부분 대검을 떠났다.

이번에 전보된 중앙지검의 차장검사들도 ‘특수통’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윤석열 시대를 맞아 전진 배치됐으나, 6개월 만에 요직을 떠나게 됐다.

이른바 ‘상갓집 항명’ 또는 ‘상갓집 추태’의 주인공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7

◆‘공정·형평’ 인사라더니 6개월 후→‘비정상의 정상화’

법무부는 이런 조치에 대해 “모든 국민들에게 고품질의 형사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무부, 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근무한 우수검사들을 전국 검찰청에 균형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9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에서 특정부서 출신 검사들에게 주요 보직이 편중됨에 따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많은 검사들이 우대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됐고, 그 과정에서 약 50여명의 검찰 중간간부들이 사직하기도 했다”며 이번 인사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특수통’이 대거 승진했던 지난 고검검사급 인사가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당시 인사에서 법무부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 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렴한 검사를 차장검사급 주요 보직에 보임했다”고 설명하는 등 인사의 ‘공정성·형평성’을 강조한 바 있어 현재의 평가가 궁색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특수통이 대거 승진했던 이유도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던 만큼, 현 정부가 윤 총장과 사실상 ‘별거’ 수준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천지일보 DB
서울중앙지검. ⓒ천지일보 DB

◆일선 우수검사들 서울중앙지검 대거 발탁

서울 등지의 우수검사를 지방에 균형 배치했다고 한 법무부는 일선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평판이 좋은 검사들을 우대해 요직에 발령했다.

우수 형사부장으로 선정된 윤원상 창원지검 형사1부장을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장으로, 박광현 창원지검 형사2부장을 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으로 발탁했다. 장동철 성남지청 형사1부장은 대검 감찰1과장으로 불려들었다.

우수 인권감독관으로 꼽힌 박기종 대구지검 인권감독관은 법무부 인권조사과장으로, 강력 분야 우수사례 검사로 지목된 김호삼 인천지검 강력부장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발탁했다.

실적을 인정받은 우수 여성 검사들도 적극 우대했다. 특히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법무부에 배치해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과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맡긴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선정한 우수검사도 우대했다. 이에 따라 남상오 춘전지검 원주지청 검사와 최주원 부산지검 검사 등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발령 났다.

변협은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사평가결과를 대폭 반영한 이번 검찰 인사를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마련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사평가제도가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변함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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