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는 등록금 인상 문제로 시끄럽다.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뉴스천지)

“등록금 의존하는 대학 운영 구조 바꿔야… 정부 재정 지원 전제”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공부하러 왔지 학비 벌려고 대학 온 것은 아니잖아요.” “학자금 대출 몇 번 받았더니 졸업도 하기 전에 빚쟁이가 됐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이 오고 있지만, 개강을 앞둔 대학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학생들은 학비가 없어 학업을 그만두거나 등록금을 마련코자 목숨을 담보로 하는 배달업계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는 유흥가를 전전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끊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문제가 한국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등록금이 해마다 인상되면서 ‘대학 등록금 1000만 원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일반대학의 등록금 현황에 따르면 등록금이 800만 원 넘는 대학이 4년제 176곳 중 35곳(19.8%)이다.

또 26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고 이 중 동국대·동아대(4.9%)의 경우 인상률 상한선(5.1%)에 거의 근접한 인상률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건국대(4.7%), 세종대(4.5%), 중앙대·성균관대·경희대(3%), 고려대·서강대·한양대(2.9%)가 인상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직접 나서 동결을 권고하고, 3% 이상 인상 대학은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까지 했지만, 대학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등록금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대학들의 인상 결정에 대해 연덕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인상하는 것이 동결 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부터 학교 측에 등록금 인상 철회 및 재논의를 요구한 동국대 권기홍(24, 법학과 4년)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심위원회(등심위)가 가동됐지만, 대학의 일방적인 통보로 등록금 인상안이 결정된 것”이라며 “대학이 실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학교교육 서비스보다 건물 건축 부분과 같이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인상 대학 측에서는 물가 인상과 교수 인건비, 2년 연속 등록금 동결 때문인지 재정부담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학생·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등록금을 내리기를 바라지만 대학 당국이 학생과의 대화 문화를 조성해 투명성이 보장된 운영으로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12월 공포한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도 등록금 책정 시 학생·교직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등심위를 열어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008~2010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이므로 올 1학기 등록금 인상 폭은 5.1%를 넘을 수 없다. 적지 않은 대학이 법정 최대치에 가까운 인상률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상한제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두하고 있다.

연덕원 연구원은 “현재 학교 운영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등록금 문제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교육 재정 지원 전제 아래 대학의 인상 재정 투명성 및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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