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채 여행길 올라
친구·나홀로 여행객들도 多
23일 해외 여행객 11만명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23일. 인천공항은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붐볐다. 휠체어에 탄 아버지와 함께, 아이와 함께, 애인, 친구, 혼자 등 다양하게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였다. 특히 국외로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 여파로 대다수의 여행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여행길에 올랐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만난 송지인(21, 여, 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설 연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도전을 택했다. 송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애지중지하게 키워주셔서 아직도 애라고 생각하신다”며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한 데 성인인데도 애 취급을 하셔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설 연휴에는 혼자 여행을 가보려고 한다”며 “혼자 여행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부모님께 더 이상 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혼자서는 처음가는 여행이라 치안을 고려해서 덴마크 코펜하겐을 가려고 한다”며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는 도시를 느껴보고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탄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었다. 김영조(39, 남,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씨는 “부모님과 아내와 함께 베트남 다낭하고 호이안에 여행을 간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이번엔) 시간 되는 날짜를 맞추다 보니 설 연휴로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지만 친구와, 나홀로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양혜신(30, 여, 용인시 수지구)씨는 “예전 회사 친구와 2박 4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 여행 간다”며 “1년에 2~3번 여행을 다니긴 하는데 이번에는 친구가 설 연휴에 시간이 된다고 해서 처음으로 설 연휴에 가족들 대신 친구와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양씨는 “방콕은 처음이다. 사원과 유적지를 좀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과 마사지를 받으며 힐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왼팔에 태극기를 붙이고 산악장비로 중무장한 김우신(가명, 3O대)씨는 “아이슬란드로 트레킹 여행을 가게 됐다”며 “평소에는 갑갑한 사무실에 있어서 이번 여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최근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에 관련해 “혹시 몰라서 안전한 길로만 선택해서 트레킹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천공항에는 우한 폐렴을 조심하기 위해 여행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모였다.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여행객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내 음식점, 카페 등에는 손소독제를 비치해 우한 폐렴 예방에 나섰다.
중국 옌청에서 오늘 귀국한 이진성(20, 남)씨는 “중국 옌청에 계신 부모님을 보고 돌아왔다”며 “옌청은 우한 폐렴의 영향은 없었다. 혹시 몰라 마스크도 쓰고 손도 깨끗이 씻고 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하루 동안 인천공항을 떠나는 여행객 수를 총 11만명으로 예상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평소보다는 여행객이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며 “실제 눈으로 보이는 인원도 평소보다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