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복을 차려 입은 어린이와 함께 시민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복을 차려 입은 어린이와 함께 시민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천지일보 2020.1.23
 

귀성객 ‘우한 폐렴’ 불안감에 마스크 챙겨
“검열 잘 한다하더라도 잠복기 있어 불안”
지방서 도시로 찾아온 역귀성객도 상당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본격적인 설 명절 귀성이 시작된 23일 전국의 역과 터미널에서는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평소보다 짧은 명절연휴에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서울역과 고속터미널에서는 가족, 친지들을 만나기 위한 귀성객들로 붐볐다. 그러나 설을 앞두고 터진 국내 첫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 소식에 귀성객들은 불안감을 안고 고향 길에 나서는 분위기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이 여수 EXPO 행 KTX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이 여수 EXPO 행 KTX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오랜만에 만날 가족 생각에 설레”

고속터미널에서 만난 박수희(73, 서울 쌍문동)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명절 때마다 동생네 집인 전북 군산으로 간다”며 “오늘은 감기 몸살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은데, 그래도 조카들보는 맛에 짐을 챙기고 나왔다”고 했다. 이어 “조카들이 시집갈 나이인데, 시집가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해서 이번 설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덕담만 전해줄 생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10여년 만에 친지들을 찾는다는 홍미희(24, 서울 종로구)씨는 “가족과 함께 외할머니댁인 충청도로 설 명절을 지내러 간다”며 “오랜만에 가는 거라 사실 친척들과 어색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할머니 연세가 벌써 90을 훌쩍 넘겼다고 설명한 홍씨는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까봐 찾아뵈는 것”이라며 할머니에게 “지금처럼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설 연휴 동안 잊지 못할 정도로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라고 전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귀성객 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귀성객 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올해 대학으로 인해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황유정(20, 경기도 수지구)씨는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간다”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버스 짐칸에 커다란 짐들을 넣었다. 황씨는 “명절인 만큼 취업 얘기는 안 꺼내셨으면 좋겠고(웃음), 지금 살을 빼고 있는데 다이어트는 잊고 잘 먹고 잘 싸면서 가족과 화목하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과 이성 친구, 군인 등이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하는 모습을 다수 보였다. 부모님 장 건강을 위해 선물로 유산균을 준비했다는 강은희(38,여, 서울 용산구)씨는 “추석이후 처음으로 고향인 부산 창원으로 간다”며 “차표를 미리 예약하지 못해 입석으로 내려가지만, 내려가는 시간 동안 바쁘게 보냈던 회사 생활을 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자녀 2명과 함께 기차에 오르던 박정근(45, 남, 서울 왕십리)씨는 “1년 만에 본가와 처가 에 간다”며 “설 당일에는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처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휴가 주말과 겹쳐있어서 아쉽지만, 가족들 만난다는 생각에 먼 길 나서는 게 힘들지 않다”고 웃음을 보였다.

설 연휴를 맞아 휴가를 받은 군인들도 볼 수 있었다. 3개월 만에 휴가 나왔다는 김병철(가명)씨는 “지난 추석에는 부대에서 명절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설 연휴 가족들과 함께 시간 보내려고 휴가를 맞췄다”며 “명절기간 부대에서 근무하는 군인들도 명절을 잘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서울에 있는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시민도 종종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던 김성권(가명, 30대, 서울)씨는 “부모님께서 다 서울에 계셔서 친구들과 함께 전남 광주로 놀러간다”며 “연휴인 만큼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은 잠시 잊고, 피로를 푸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하루 전인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는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하루 전인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는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도시로 찾아온 역귀성객들도 다수 보여

용산역에서는 귀경객도 다수 있었다. 기차 플랫폼에서 오랜만에 손주와 만나 웃음꽃을 피우고 있던 고영애(84, 여, 서울시 서초구)씨는 “자녀들이 살고 있는 전라도 광주에서 설 연휴를 보낸다”며 “역귀성 길이라 손주가 직접 광주에서 올라와 함께 광주로 내려가는 길이라 오히려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전라도 군산에서 남편과 함께 서울로 역귀성한 장복희(83, 여, 전남 군산)씨는 “자녀들과 함께 차례를 준비하려고 집에서 준비한 차례 음식을 가지고 왔다”며 “추석 이후로 모이는 자리라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중국 ‘우한 폐렴’ 확진자가 440명에 사망 9명에 이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오후 '우한 폐렴' 확진자가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인천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응급실 입구에 관련문구가 적혀있다.ⓒ천지일보 2020.1.22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중국 ‘우한 폐렴’ 확진자가 440명에 사망 9명에 이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오후 '우한 폐렴' 확진자가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인천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응급실 입구에 관련문구가 적혀있다.ⓒ천지일보 2020.1.22

‘우한 폐렴’에 우려 목소리 내기도

귀성객들은 ‘우한 폐렴’ 불안감에 마스크를 쓴 채 고향에 내려갈 채비를 했다. ‘우한폐렴’이 확산된 것과 관련해 홍미희씨는 “예방 차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예방이 되는 건 아니니까 고향에 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다”며 “빨리 백신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수희씨는 “검열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며 “요즘 경제도 안 좋은데, 이런 일까지 터져서 모든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만난 고영애씨는 “점점 더 확산되는 것 같아 불안해서 가족 모두 마스크를 준비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더 청결에 신경 쓰이게 된다.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우한 폐렴’을 개의치 않는 귀성객도 보였다. 김성권씨는 ‘우한폐렴’이 걸릴까 우려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니까 언제 또 그랬냐는 듯 없어질 질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군인 김병철씨는 “부대는 항상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우한 폐렴에 대해 크게 불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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