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1일 경남 진주시 모 백화점을 찾은 한 손님이 무거운 표정으로 설 명절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1일 경남 진주시 모 백화점을 찾은 한 손님이 무거운 표정으로 설 명절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전국적으로 경기 안 좋아져

상인 “손님 물건 보기만 해”

시민 “높은 물가, 지갑 안 열려”

[천지일보 김천·진주=원민음·최혜인 기자] “매장 한번 보세요. 설 명절 직전인데 손님이 없잖아요. 명절 대목이란 말은 이제는 옛말입니다.”

경남 진주시 모 백화점 매장 관계자가 지난 21일 선물세트 코너를 찾은 기자에게 일명 ‘명절 특수’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화점을 들어서니 곧 설날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각종 할인광고와 전단지가 걸려있었다. 백화점 식품관과 푸드코트에는 각양각색의 선물세트가 손님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늘진 표정의 시민들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상품을 들었다 놨다만을 반복했다.

이날 둘러본 식품관과 마트에서는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명절선물에 붙은 가격표를 신중히 들여다보며 고민에 빠진 방문객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중에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산청군에서 설을 앞두고 장을 보러왔다는 주부 백 모씨는 “백화점이 다소 비싸지만 전통시장에 없는 상품이 있어 종종 들린다”며 “실용성 있는 상품은 시장보다 2~3000원 비싸도 사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 백화점 식품관을 돌며 10여년간 개인사업자로 장사하고 있다는 원세희(40대, 서울 마포구 망원동)씨는 “백화점과 마트 곳곳에서 장사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것은 확실하다”며 “해마다 한 주당 매출이 100만원씩은 감소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백화점 찾는 분들이 가족단위나 주부들이 대부분”이라며 “온라인몰이 너무 잘돼있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은 가격을 비교하러 오거나 거의 오질 않는다. 꼭 눈으로 보고 사야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오고 20대는 거의 안 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1일 경남 진주시 모 백화점 의류 코너 모습.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1일 경남 진주시 모 백화점 의류 코너 모습. ⓒ천지일보 2020.1.23

의류나 가전, 주방 코너의 상황은 한층 더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13년째 스포츠 매장을 운영하는 박정화(50대, 진주 초전동)씨는 “해마다 ‘어렵다’라는 말은 해왔지만 올해 설은 정말 손님이 없다”며 “지난해보다 매출이 10%는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매상은 매년 역성장 중”이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매출 부진의 원인에 대해 “요새는 온라인 쇼핑이 늘고 있다. 매장에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서 구매하기도 한다”며 “지난해만해도 입점손님과 온라인손님 비중이 50대50이었는데 지난달부터 온라인 비중이 더 커졌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밀려서 들어올 정도로 사람들에 치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라며 “설인데 지난해 추석 때보다도 못하다.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1일 한 시민이 김천시의 한 마트에서 선물세트 코너를 방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1일 한 시민이 김천시의 한 마트에서 선물세트 코너를 방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김천과 구미에 있는 대형마트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21일 구미 한 마트에서 만난 관계자는 “작년보다 매출이 20% 이상 떨어졌다. 준비해놓은 선물세트는 팔리지 않고 걱정이 많다”며 “선물 판매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매출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말했다.

마트나 백화점은 시장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매출이 예전보다 신통치 않다는 소리가 많다.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선물세트 코너에는 판매직원들이 쇼핑객을 계속 기다렸지만, 눈으로 보기만 하는 손님만 나타날 뿐 정작 선물을 주문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김천에 있는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다른 마트와 비슷했다. 선물세트를 판매하던 사원 김주배(가명, 40대, 남)씨는 “설을 앞두고 있지만 손님들이 늘지 않고 있다”며 “잘 팔리던 한우나 굴비 등 전통 인기 상품도 올해는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중저가 중심의 선물세트 매출이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며느리와 콩나물을 고르고 있던 김미숙(50대, 여)씨는 “뉴스에 보니 이제는 전통시장도 마트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해서 나왔다”며 “이번에 워낙 물가가 비싸서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나온 김상일(50대, 남, 김천시)씨도 “친척이 많이 모이지 않아 차례 지낼 때 음식을 적게 준비하게 된다”며 “아내도 이제 나이가 있어 음식을 조금만 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선물세트 코너를 기웃거리던 이현숙(60대, 여, 김천시 평화동)씨는 “과일 가격이 너무 올라서 시댁이나 친정 어른들께 선물로 사기 부담이 된다”며 “차라리 이 가격에 건강식품을 사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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