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의정부=손정수 기자] 22일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의정부제일시장에서 4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 의정부=손정수 기자] 22일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의정부제일시장에서 4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의정부, 물건 사는 손님 얼마 안 돼
대형마트 입점으로 전통시장 타격
오색시장, 5가지 트랜드로 활성화
문화공연까지 즐길 수 있어 손님 多

[천지일보 의정부·오산=손정수·이성애 기자] “여기 시장 상가들 한번 보세요. 안 그래도 불경기라 장사가 안 되는데 대형마트가 시장 뒤쪽에 생겨서 재래시장 장사는 더 안됩니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전통시장의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초미세먼지마저 ‘나쁨’을 보인 22일 오후 의정부시 의정부동 제일시장에서 50여년째 기름집을 운영해온 황춘자(74, 여, 의정부)씨는 불경기에다 대형마트까지 생겨 울상이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은 정치인은 많았다. 황씨는 “최근 의정부시장님도 찾아오고 정치하는 분들도 상인들을 격려하고자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치판에서 맨 날 싸움이나 하는데 어떻게 나라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냐”며 정치인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먼저 냈다.

이어 “설 대목이라 이 정도로 먹고살지.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데도 안 쓰고 없는 사람은 없다고 돈을 안 쓴다”며 “시장만 있을 때는 장사가 괜찮았는데 시장 뒤쪽에 대형마트가 생긴 후부터는 할인만 한다고 하면 그쪽으로 다가서 속상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시장에서 40년째 생선을 판매하던 안길현(가명, 62)씨는 “제일시장에서 반평생을 보냈지만, 요즘만큼 장사가 힘든 적은 없었는데 불경기가 언제 풀릴지 막막하다”며 “사람들은 많이 지나다니는데 실제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표정도 밝아 보이진 않았다. 고기를 사려고 정육점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이은경(가명, 50)씨는 “대목에는 과일이나 고깃값이 비싸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게를 찾아다녀야 한다”며 “들어오는 수입에 비해 물가가 많이 올라 장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기름값이 오르니 모든 것이 다 오른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불경기에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인지 차례상을 간소하게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은성(53, 여, 양주시 옥정동)씨는 “예전에는 식구들이 많아 음식을 종류별로 차렸지만, 지금은 양을 많이 줄였다”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침개 가짓수를 줄여서 제수 비용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명절을 며칠 앞둔 22일 오색 시장을 찾은 시민이 고기가게에서 시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명절을 며칠 앞둔 22일 오색 시장을 찾은 시민이 고기가게에서 시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반면 경기도 오산에 있는 오산시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오색시장은 먹거리, 살거리, 입을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로 5가지 트렌드를 만들었다. 학생들의 ‘지역 알아보기’ 탐방  중 “왜 색깔이 없어요?”라는 질문에 오창호 교수의 아이디어로 분야별 녹색·보라·노란·빨간·주황색 간판 길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길을 잃는 것도 방지하고 가게 특징도 살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천정무 오색시장 상인회 회장은 “원래는 이름이 중앙시장이었으나 경쟁력이 없어 공모해서 바꾼 이름인데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이라며 “요즘 경제가 어렵지만, 오산 오색시장만큼은 장사가 잘되는 축복받은 시장”이라고 환한 표정으로 반겼다.

천 회장은 또 “고객들의 불편사항인 공공 와이파이, 주차장, 원산지 표시 등의 요구도 받아들여 상인회를 구축해 해결하다 보니 명절뿐만 아니라 1년에 통상 900만 시민이 찾는 연중무휴 시장”이라고 자랑했다. 지난해에는 60억 오색전 지역화폐도 발행해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홍보 중이었다. 오색시장을 찾은 황은하(38, 여, 오산)씨는 “오산 화폐가 있는 줄 몰랐는데 지역 화폐를 사용하면 10%를 더 준다고 하니 사용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최저 임금이 오른 탓인지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아 30~40만원은 들어야 명절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명물이 된 오색 쑥 떡을 사기 위해 22일 오색시장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명물이 된 오색 쑥 떡을 사기 위해 22일 오색시장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 2020.1.23

22일 오색시장을 찾은 곽상욱 시장도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며 “25만원 이상 쓴 것 같다. 경자년 새해 번성과 소원 성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오산 시민들에게 덕담까지 아끼지 않았다. 또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오색시장은 최고의 시장”이라며 “350여개 점포가 깨끗하고 싸고 좋은 품질이다 보니 다양한 분들이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오색시장은 철도나 경부선을 타면 오일장이 열리는 첫 번째 시장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시장 주변 4곳에는 500여대를 무료로 주차할 수 있으며 장날이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던 곳을 일방통행으로 만들어 교통체증을 완화하기도 했다. 천 회장은 “전국 최초 빅데이터가 설치된 시장이기도 하다”며 “연령대, 매출액, 방문자 수가 모두 데이터로 확인, 분석해서 사업하니 평일뿐만 아니라 장날에도 손님들이 북적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장 상인회 등의 노력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오색시장. 그러나 불경기에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오색시장을 찾은 권보화(42, 여)씨는 “마트는 할인할 때만 가고 전통시장이라고 찾았지만, 야채와 고기는 비싼 것 같다”며 “가족이 8명인데 명절을 지내려면 4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색시장에서 고기 가게를 운영하는 박순애(55, 여)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손님이 적고 한산하다”며 “고기를 작년과 동일한 가격으로 싸게 판다”고 토로했다. 

아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은 가게의 장기훈(68, 남)씨는 “비가 올 때는 노점이 돼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장사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사꾼이 너무 많이 생겨 경쟁력이 떨어진다. 나눠먹기식이다 보니 서로 힘들어 장사도 허가제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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