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세상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초4~고2 학생 약 13만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매년 두 차례 이루어지는데 1차는 90% 이상이 참여하는 전수조사, 2차는 전체의 4% 가량을 대상으로 하는 표본조사로 진행된다. 이 조사에서 학교폭력의 발생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장난으로-피해학생 말·외모가 이상해서-특별한 이유 없이-가해학생 힘이 세서’ 순이었다. 가해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주된 이유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오해와 갈등으로’순이라고 답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가장 많았고 스토킹, 사이버괴롭힘, 신체폭행, 성추행·성폭행, 강제심부름, 금품갈취 순이었다. 

교육부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을 면제해주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10세 이상~14세 미만에서 만10세 이상~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대책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촉법 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것은 학교폭력 예방에 큰 도움이 못 된다. 학교폭력은 죄를 지었을 때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학교폭력이 큰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촉법소년이라고 용서보다는 부모에게 죄를 대신 묻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대부분 학교에서 컴퓨터실에서 반별로 돌아가며 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옆에서 볼 수 있어 정작 학교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본 학생은 제대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분석하면 대부분 가정교육의 부재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된다.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이 담긴 가정교육을 받은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고, 왕따에 가담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가정 내에서 폭력을 경험했거나 그런 행동에 대해 부모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등 부모의 행실이 답습된 결과가 많다.

자식을 낳았으면 자식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데 조력할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 하지만 자식을 버려두고 방임하는 부모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막말을 내뱉으며 폭력적인 부부싸움을 하거나, 아이들을 폭력으로 학대하는 경우, 욕설이나 비속어로 아이들을 야단치는 경우, 법과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부모의 행동 등이 아이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만드는 원인이다. 

어릴 적부터 타인을 대할 때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식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존중 등은 학교 교육으로 쉽게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어릴 적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도록 부모가 가정에서 훈육해야 한다. 무조건 상대가 틀리다 생각해 자기주장만 일삼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자신의 다름을 개성이라고 생각하며 아예 사회에 섞이려 하지 않는 행동도 문제가 크다. 아이들에게 적절히 사회와 절충하며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식이 나쁜 행동을 한다고 부모가 주먹과 발을 이용해 자식을 훈육해선 안 된다. 그건 교육이 아닌 단지 공포로 자식을 제압하는 것에 불과하다. 부모의 힘이 사라지면 다시 나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것보다 스스로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을 갖는데 훈육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자신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의 발생 원인이 ‘장난이었어요’가 가장 많다. 개구리에게 장난으로 돌을 던지면 개구리는 목숨을 걸고 그 돌을 피해 달아난다. 장난은 누구나 다 재미있고 행복해야 장난이고 놀이다. 어느 한 명이 괴롭다면 그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왕따 폭력의 경우 대부분 나도 동참하지 않으면 내가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동참한다.

어릴 적 당한 학교폭력, 성폭력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다른 기억들은 사라져도 친구에게 맞은 일은 잊히지 않는다. 학교나 교사도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에 대해 은폐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 초기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교나 교사가 작은 폭력에 관대하다는 틈을 보이는 순간 더 큰 폭력이 발생한다. 학교폭력이 밝혀지면 결코 피해 학생에게 “왜 빨리 얘기 안 했냐?”고 다그쳐선 안 된다. 학교폭력은 어떤 경우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