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석패율(惜敗率)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 할 것 없이 긍정적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석패율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의 천정배 당개혁특위위원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최고위원단 부부 초청 만찬장에서도 “석패율을 추진하자”는 건배사가 나왔으니 이쯤되면 석패율제 도입은 시간문제가 된 셈이다.

석패율(惜敗率)제란 ‘석패자 구제제도’라고도 불리는데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로 이중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이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하나의 고육책으로써 실제로 영남권 지역구 67곳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의원은 6곳에 불과하고, 호남권의 지역구 31곳 가운데 한나라당 출신 의원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에 검토된 제도다.

이러한 정치현실에 맞물려 나온 석패율제에 대해 그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석패율제가 과연 지역감정 해소에 얼마나 많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례대표란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 당락을 결정하다보니 지역구가 없다는 단점이 있고, 지역구가 특정되지 않아 사실상 지역 주민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물론 석패율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여야 상호간 전국정당화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이는 분명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대통령 선거에서 또다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전략이 나온다면 석패율제의 의미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석패율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선 비례대표의 정원 문제가 그렇다. 현재의 비례대표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석패율제를 도입한다면 각계 전문가들의 정계진출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비례대표의 취지 자체가 훼손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역감정 해소라는 명분으로 소외집단 또는 전문가 그룹의 국회진출을 막는 꼴이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는 방안인데 이는 민심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다시말해 그 어느 것이든 석패율제의 도입은 분명 어느 하나를 버리고 얻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필자는 지역감정 해소의 최선책이 석패율제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인위적으로 국회의원을 뽑아낸다고 해서 어느날 지역감정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감정 해소의 방안을 검토한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검토한다면 석패율제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나올 법도 하다.

석패율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인 모두 뼈아픈 반성을 해야한다. 지역감정의 주체가 바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뼈저린 반성과 함께 지역감정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먼저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전국정당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진정 지역감정 때문에 석패율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정치적 이해득실에 대한 주판알을 먼저 튀기기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