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8

범투본 정치인들, 청와대 앞 집회에서 모습 감춰

지난해 12월 ‘국민통합연대’로 이름 바꿔서 출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총괄대표로 매주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반정부 집회를 열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도태된 듯한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범투본을 이끌던 보수 인사들이 따로 새로운 보수 연합 단체를 꾸리는 등 전 목사와 선긋기에 나섰고, 그가 누차 ‘같은편’이라 지칭하던 한국당 의원 사이에서도 이젠 전 목사의 과격한 행보가 부담스럽단 목소리가 나온다.

범투본은 지난 10월 3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보수단체와 정치인, 종교단체 등이 모여 꾸려진 연합 단체다.

전광훈 목사가 범투본 총괄 대표를 맡았고,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총괄본부장, 노태정 자유통일대표가 총괄실행위원장을 맡았다. 또 김무성, 심재철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오세훈, 김문수 등 정치인, 이문열 작가, 개신교·불교 단체 관계자,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이 모였다.

집회 초반 때 자주 단에 오르던 이재오 총괄본부장을 비롯한 범투본 소속 보수 정치인들은 청와대 앞 집회에 어느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근의 범투본 집회에서도 보수 정치인보다 주로 기독교계 인사들로 집중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주말마다 광화문 교보빌딩 인근에서 진행되는 ‘문재인 하야 촉구 국민대회’는 한기총과 이전 범투본 소속 보수 단체들이 함께 개최하고 있는게 맞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범투본 소속 정치인들이 청와대 앞 집회 등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한기총이 인도와 도로를 점거하고 인근 주민과 학교에 피해를 준다는 목소리가 터지자 생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기총은 청와대 앞 도로와 인도를 점거하고 예배 형식의 집회를 했고, 이 때문에 소음과 도로점거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범투본을 함께 결성했던 다른 보수단체들은 연합 단체 이름을 ‘국민통합연대’로 바꿔 활동하고 있다. 국민통합연대는 이재오 고문을 중심으로 친이명박(친이)·비박근혜(비박)계 보수 인사들이 모인 재야 시민단체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특히 전 목사는 이 단체 창립 당시, 축사자로 참석했는데, 전 목사의 축사 순서 때 참석자와 언쟁이 붙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전 목사는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하나님의 성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전 목사는 최근의 집회에서 한국당 비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울산 집회에서 “우리 선수들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그 새끼들도 개XX다. 왜그러냐 그 XX들이 다 세월호 특별법을 다 통과시켜주고 다 만들어준 것”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 의원들 또 그러고도 국회의원 또 해 처먹으려고 동네 다니면서 공천을 받으려고 발광을 떤다”며 “문재인을 끌어내리고 한국당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했다.

뿐 아니라 18일 광화문집회에선 “문재인은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광속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한국당 의원들은 아직도 장난만 치고 있다”며 “자유우파 국회의원들은 뱃지를 던지고 청와대에 진격해 들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지가 이와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대다수가 전 목사에 대해 답을 회피했다. 이 가운데 한국당의 K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백번 지당한데 표현이 종교인으로 보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선 육두문자는 삼가야 하지 않느냐.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국당 의원들이 말을 아끼는 데에는 전 목사와 황교안 대표의 관계를 의식한 듯 보인다. 황 대표와 전 목사가 결별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황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런걸 바로 가짜뉴스라 한다”며 전 목사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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