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종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용산참사, 그리고 나-용산참사 10주기 기억과 추모의 밤’이 열린 가운데 행사장 앞에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9.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해 1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종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용산참사, 그리고 나-용산참사 10주기 기억과 추모의 밤’이 열린 가운데 행사장 앞에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천지일보 2019.1.18

“사고 진상규명 여전히 미흡”

추모행사서 책임자 처벌 요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철거민 등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20일로 11주기를 맞게 됐지만 진상 규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철거민들을 진압했던 경찰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던 검찰의 사과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족들은 또 다시 비통한 심정 가운데 설날을 맞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희생자들의 묘역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용산참사 11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는 진상규명위 관계자들과 유가족 등 30여명이 참석해 숨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참석자들은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나 지났지만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당시 검찰수사가 ‘부실·편파수사’였으며, 강제부검과 수사기록 은폐 등 의혹과 불씨를 키웠다”면서 “철거민과 유가족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와 재도개선을 권고했으나, 권고발표 6개월이 지나도 사과는커녕 입장 표명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간 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상규명위 등은 경북 경주 소재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배제 특례법 등 제정을 통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이었다.

[천지일보=김영철 인턴기자]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 생존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마친 이후 로비에서 참사 당시 경찰 진압 책임자였던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5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 생존자들이 지낸해 1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마친 이후 로비에서 참사 당시 경찰 진압 책임자였던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용산참사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9년 1월 20일 용산4구역 재개발 지역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했다. 2004년 1월 용산 역세권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2008년 11월 하순 건물 철거가 진행됐고 그 사이 상가 세입자들과 용역들의 대립은 격화됐다.

철거민들은 2009년 1월 19일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이 건물은 한강대교에서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용역들은 농성자들을 위협했다. 거리엔 농성자들이 던진 돌과 구슬, 골프공 등이 날아다니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농성 다음날인 20일 오전부터 남일당 망루에 특공대를 투입, 진압에 나섰다.

경찰의 1차 진입 이후 2차 진입이 강행됐는데 7시 25분께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불이 망루 전체로 옮겨 붙으면서 시설물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무너진 망루에서는 농성자 5명, 경찰 특공대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용산참사’는 수사기관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용산참사를 재조사한 뒤 장비 부족 등의 상황 속에서 이뤄진 무리한 진압 작전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이뿐 아니라 당시 경찰이 여론 조작을 시도했던 정황이 있다고 했다.

지난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상황.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상황. (출처: 연합뉴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5월 용산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진압 작전이 무모했으며, 체포 과정 또한 가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대해선 경찰을 상대로 한 소극적 수사로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진상을 은폐·왜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년 뒤인 지난 2010년 남일당 건물은 철거됐다. 이 건물이 있었던 자리에는 현재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용산참사를 재개발 현장에서 약자들이 겪는 비극이 표면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일부 단체들은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개발 철거지역 세입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아3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용산참사 11주기’를 추모하면서 철거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 주최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된 가운데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촉구 의견서 들고 청와대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5
1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 주최로 지난해 1월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된 가운데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촉구 의견서 들고 청와대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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