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의미하는 ‘타투(tatoo)’는 폴리네시아어에서 유래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7
문신을 의미하는 ‘타투(tatoo)’는 폴리네시아어에서 유래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7

 

타투(tatoo)… ‘때리다’의 ‘타(Ta)’

‘기록하다’의 ‘타타우(Tatau)’ 합성

문신 통해 신의 능력‧생명력 생긴다 믿어

부정적 인식에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타투의 유래

문신을 영어로 ‘타투(tatoo)’라 한다. 폴리네시아어에서 유래됐는데 이를 분석하면 때리다 또는 ‘치다(strike)’라는 의미의 ‘타(Ta)’와 ‘기록하다’ 또는 ‘표기하다(mark)’라는 의미의 ‘타타우(Tatau)’를 합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천년의 역사를 가진 문신은 19세기에 들어와서 유럽 귀족 사회에서 열풍을 몰고 왔다. 에드워드 7세였던 웨일스의 왕자는 1862년에 팔에 예루살렘 십자가를 새긴 이래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계속해서 문신을 새겼을 정도였다.

폴리네시아의 주요 섬나라인 하와이, 사모아, 뉴질랜드 등에서는 전통적으로 문신 예술이 존재했다. 고대에는 문신을 새기는 정교한 도구나 물감이 없었다. 그래서 알바트로스라는 거대한 새의 뼈 또는 동물의 뼈를 날카롭게 깍은 것을 도구로 사용했다.

문신은 피부에 무늬를 새기는 것이므로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수개월에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폴리네시아인들은 이를 견뎌내야 했다. 이는 문신을 통해 신의 능력 또는 생명력이 보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미적 면에서 패션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문신 예술은 장식용, 사회적 신분을 구별하는 것 외에 삶과 관련된 즉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고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정말 필요했다.

 

5천년의 역사를 가진 문신은 19세기에 들어와서 유럽 귀족 사회에서 열풍을 몰고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7
5천년의 역사를 가진 문신은 19세기에 들어와서 유럽 귀족 사회에서 열풍을 몰고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7

문신의 대중화와 의미

최근 들어 문신이 더욱 대중화되고 있다. 이는 대중들이 문신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대중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문신을 갖고 있으며, 문신 문화를 하위문화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문신을 새긴 사람을 혐오의 대상 또는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뉴질랜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문신의 모양은 물론, 문신을 새기는 행위 자체를 신성하게 여겼다.

남성과 여성의 문신이 달랐는데, 남성이 얼굴 전체에 문신을 하는 반면 여성은 턱에만 문신을 하였다.

문신 가운데 얼굴에 하는 문신은 마오리족의 족보라 할 만큼 중시했다. 얼굴 문신을 마오리어로 ‘모코 카우에(moko kauae)’라 하는데 지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이는 문신이 씨족 및 부족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마오리족 모두가 얼굴 문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족장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위대한 전사들만이 할 수 있었다. 특히 추장의 문신은 지도자로서 지배권을 가지는 데 있어 핵심인자였다.

‘모코 카우에’는 지위와 혈통, 부족 관계를 나타내므로 얼굴 문신을 한 사람은 가족은 물론, 부족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의 얼굴 문신은 곡선 또는 직선으로 그렸다. 문신 모양에 담겨진 의미는 문신한 사람의 조상을 나타내거나, 전승돼 온 부족의 메시지를 표시하며 가족과 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표시한다.

마오리족이 문신을 다리에 새겨야 할 경우를 보자.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의 문신 내용이 다르다. 모계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왼쪽 다리에, 부계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오른쪽 다리에 담는다. 이러한 연유로 마오리족의 문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가족 사랑에 대한 문신은 특이하다. 얼굴에 문양을 새기는 것이 아닌, 목 아래의 어깨에서부터 왼쪽 팔 아래로 그려야 한다. 오늘날 문신은 얼굴뿐만 아니라 팔, 다리, 몸통, 손, 손가락, 손목 등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대상으로 정교한 기술과 더불어 진화해 왔다.

 

문신 가운데 얼굴에 하는 문신은 마오리족의 족보라 할 만큼 중시했다. 얼굴 문신을 마오리어로 ‘모코 카우에(moko kauae)’라 하는데 지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이는 문신이 씨족 및 부족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7
문신 가운데 얼굴에 하는 문신은 마오리족의 족보라 할 만큼 중시했다. 얼굴 문신을 마오리어로 ‘모코 카우에(moko kauae)’라 하는데 지위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이는 문신이 씨족 및 부족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7

문신을 향한 다양한 시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경찰관·경비원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 운행 지도, 음주 운전 단속 및 도로에 통행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경찰관이나 빌딩 및 버스정류장 등에서 안전을 지키는 경비원에게서도 팔에 문신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등학생이라도 문신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필자가 공원에 산책을 갔다. 공원벤치에서 고등학생 몇 명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팔에 문신한 학생이 한 명 있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문신을 할 수 있었는지에 물어보았다. 18세 미만의 학생이라도 문신을 새길 수 있는데, 다만 부모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문신에 대한 관용 정책이 대단함을 느끼게 했다.

문신 문화를 문화상대주의 입장에서 보자. 올해 9월 일본에서는 럭비월드컵이 개최됐다. 뉴질랜드, 통가, 피지,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럭비로 유명한 국가의 선수들과 임원들이 훈련장에서 회의도 하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문신을 새기고 있었으며, 이를 노출하는 것은 일상인 동시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런데 당혹스런 일이 벌어졌다. 일본럭비조직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공공장소에서 문신을 노출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체력단련실, 대중목욕탕, 쇼핑몰 등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문신은 여전히 야쿠자 같은 조직폭력배를 상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문신을 한 선수는 일본 전통온천에 입장도 못한다. 입구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입장을 할 수 없다’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호텔 등 대중목욕시설의 56%가 문신을 한 고객의 입장을 제한했다.

태평양 섬나라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이 문신을 한다. 문화상대주의라는 원칙에서 보면 상호 문화존중을 해야 한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선수들의 문신은 씨족·부족의 상징이다. 이런 면에서 그들 문신의 가치를 존중해 줘야 한다. 하지만 문신 노출 방지를 요청한 것은 뉴질랜드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상당히 황당했을 것이다.

뉴질랜드 선수 및 임원들은 조직위원회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럼에도 일본 측의 태도는 완강했다.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뉴질랜드팀은 여러 차례 고심을 했다. 일본의 문화 존중 또한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기에 일본 조직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문신이 비록 대중화의 성격을 띠긴 했지만 국가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문신에 담긴 의미는 문신 주인공이 어떤 신분인지, 어떤 신념을 가졌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등을 의미하는 상징적 표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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