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한때 ‘환경이 밥 먹여주냐?’며 환경보호운동을 비난하던 무지막지한 시절이 있었다. 개발만능주의가 모든 가치를 대신하던 토목과 건설, 난개발의 시대였다. 부득이하게 환경의 가치를 경제가치로 환산해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지만 그래도 환경의 소중함을 부정하거나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물종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무지막지한 수준이다. 토건 지상주의자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진보 진영이라 하더라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아마도 인간사회의 불평등, 불공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니 동물권이나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에 머물러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지구 생태계의 파괴와 생물종의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호주에서 일어난 거대한 산불로 코알라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구조하고 있지만 이미 개체수의 절반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를 상징하는 동물인 이 코알라는 사실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만들어낸 수혜종이기도 했다.

​인간이 상륙하기 전 원래 호주는 울창한 덤불로 덮여있는 대륙이었다. 그곳에는 거대 유대류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상륙 후 수백만년 동안 번성했던 거대 유대류들은 대부분 멸종했다. 호주에 상륙한 인간은 낯선 대륙을 개척하면서 곳곳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본래의 식생이 불에 타 사라진 자리에 코알라의 먹이인 유칼립투스가 싹을 틔웠다. 그렇게 유칼립투스가 번성하고 천적들이 멸종한 호주는 수만년 동안 코알라의 천국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코알라 개체의 절반이 이번 화재로 사라졌다고 한다. 결국 인간의 인위적인 산불로 번성했던 코알라가 인간의 인위적인 산불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코알라 학살은 신이 내린 자연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창조한 인공 생태계를 인간 스스로 파괴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영장류이고 유인원에 속한다. 영장류 중에 유인원에 속한 종은 인간 외에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이 있다. 이들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꼬리가 없으며 모든 생물학적 특징이 원숭이류 보다 사람에 더 가깝다.

​유전학적 분석에 의하면 침팬지가 계통적으로 사람에 가장 가깝고 DNA의 98% 전후를 공유, 고릴라는 이들보다 DNA의 공유율이 약간 낮고, 오랑우탄은 사람 및 아프리카의 유인원과 DNA의 97% 정도를 공유한다고 한다. 사람과의 유전적 근친도를 따지면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순인 셈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적 근친도가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의 근친도 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유전적으로 사람과 침팬지가 친형제 간 수준이라면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는 사촌형제쯤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마치 인간이 뭇 생명종과 달리 매우 특별한 종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지구촌의 여타 생물종과 그리 다르지도, 특별하지도 않음을 지각해야 한다.

또한 그들과 함께 유기적 관계망 안에서 공생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차이와 차별은 다르다’는 사실은 인간 종내의 수컷과 암컷의 관계 뿐 아니라 인간 종과 뭇 생명 종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뭇 생명은 그 자체로 상호 의존적인 동시에 상호 수평적이며 모두 존귀한 존재다. 이것이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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