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정박자(正拍子)라는 것이 있다. 음이 정해진 대로 오는 박자를 말한다. 반댓말로 엇박자라는 것도 있다. 음이 제 박자에 오지 아니하고 어긋나게 오는 박자이다. 인생에도 정박자, 엇박자가 있는 것 같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주식투자를 하는데 남들이 다 돈을 벌었다고해서 어쩔 수 없이 있는 돈을 끌어 모아 투자를 했는데, 그 순간부터 하락이 시작된다. 한번 시작된 하락은 끝이 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손해를 감수하고 팔았더니 그 때부터 다시 상승이 시작된다. 이렇게 되는 경우를 엇박자라고 한다. 정박자는 오르려고 할 때 사고 내리려고 할 때 파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정박자일 때도 있고 엇박자일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엇박자일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같은 기간이었다고 하더라도 엇박자의 순간은 더 힘들기 때문에 더 길게 느끼게 된다.

살면서 엇박자라고 느끼는 때가 오면 쉼표를 충분히 지켜줘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다른 결정을 한다. 그것이 엇박자를 계속 엇박자이게 만든다. 엇박자라고 생각할수록,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을 자연스럽게 잘 이겨내야 한다.

고야라는 화가는 스페인 동북부 아라곤 지방의 푸엔데토도스(Fuendetodos)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도금장이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톨릭 수도원학교 교육을 받았다. 나중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다녀온 이후에 궁정화가로 출세가도를 걷게 된다. 그런 그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치게 되는데 심한 열병을 앓고 난 후 청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시련은 고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다. 그때까지 주문제작화가로 살았지만 듣지 못하게 되자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그림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그를 화가의 시선으로 사물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최초의 근대적 예술가로 거듭나게 해 준 것이다.

쉽게 몇 줄의 글로 옮겨 놓았지만 그에게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말 고통의 시간을 참고 견디고 이겨낸 결과일 것이다. 이런 일은 이렇게 유명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평범할 수도 있던 사람이 유명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엇박자라고 생각될 때 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알아보자.

필자는 얼마 전에 메일을 보낼 일이 있었다. 장문의 메일이었는데 다 써서 보내기를 누르니 메일이 사라져 버렸다. 다시 써서 보내기를 눌렀는데도 역시 사라져 버렸다. 두 번이나 사라지니 한 박자 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이 돼서야 메일이 안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무슨 일인가 막힐 때에는 한 템포 쉬는 것, 그것이 나름 엇박자를 정박자로 바꾸는 방법 중에 하나다.

또 한 가지는 어떤 일이 있을 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가를 잘 생각해본다.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다. 당장은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가 많다.

정박자나 엇박자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박자를 읽고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조금 더 정박자의 삶을 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랬을 때 우리는 더욱 더 행복한 삶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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