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군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남성 하사, 휴가중 외국서 성전환 수술

군병원, 해당하사에 ‘심신장애 3급’ 판정

군인권센터 “트랜스젠더 군인 지침 없어”

“의학적 부분 외에 별다른 걸림돌 없다”

전역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따라 달라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육군 20대 남성 하사가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여군 복무를 희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과연 그는 여군으로 전환 배치돼 군 복무를 이어갈 수 있을까?

16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한국군 최초의 성전환 수술, 트랜스젠더 부사관의 탄생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A하사의 군복무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하사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한 뒤 육군에서 전차조종수로 복무하다가 작년 겨울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A하사는 부대 복귀 후 군병원에서 의무조사를 받았고, 군병원은 그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병원은 A하사가 휴가를 가기 전에 그에게 성전환 수술을 하면 군 복무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A하사는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기 위해 관할 법원에 성별 정정허가를 신청했다. 육군은 성기적출을 한 A하사를 절차에 따라 ‘의무심사’하고 전역심사위원회(전심위)에 회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의무심사란 현역으로 복무 중인 군인이 신체상의 변화가 있을 때 자동으로 실시하는 심사를 말한다. 의무심사 이후 단계인 전심위는 군복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 또는 전역을 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심사·결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A하사의 군복무 여부는 전심위 심사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심위가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이 없어 군 복무 여부는 의학적으로 따져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군인사법 제37조(본인의 의사에 따르지 아니한 전역 및 제적)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군인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

이 규정에 따라 전역시킬 수 있는 자는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 ▲제32조에 따라 같은 계급에서 두 번 진급 낙천된 장교(소위의 경우에는 한 번 진급 낙천된 사람) ▲병력(兵力)을 줄이거나 복원(復員)할 때에 병력을 조정하기 위하여 전역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 사람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해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 등이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해 심신장애의 정도를 규정하고 입영을 제한하는 평가기준이 존재하긴 하지만 A하사는 이미 ‘심신장애 3급’을 받은 상태라, 해당 제한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도 문제될 부분이 없다.

신체등급은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 중 가장 낮은 등급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급성 감염병과 관련해 치료 후 양호한 경우로 1급을 받아도, 갑상선염 현증(급성·아급성)이 있어 7급을 받게 된다면 신체등급은 7급이 돼 현역으로 복무할 수 없게 된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해 규정한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에 따르면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습관 및 충동장애), 성주체성장애, 성적 선호장애’가 있는 경우 가운데 ▲경도(진단을 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증상이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가 적은 경우)는 3급으로 판정한다.

▲중등도(경도와 고도 사이의 증상이나 기능장애가 존재하는 경우)는 4급, ▲고도는 5급에 해당한다. 고도는 6개월 이상의 치료경력이 있거나 1개월 이상의 입원력이 확인된 사람 또는 학교생활기록부 및 그 밖의 증빙자료로 입증된 사회부적응 행동이 있는 사람 가운데 진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여러 가지 증상이 있거나 몇 가지의 심각한 증상이 있어서 군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A하사 측은 법원에 신청한 ‘성별 정정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심위를 연기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에 전심위에서 전역판정이 난다면 A하사는 소송을 통해 전역처분 취소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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