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 방문
여야 ‘협치 총리’ 기대감 드러내
선거 중립에 대해 강조하기도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에 임명된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국회를 방문해 ‘협치’와 ‘선거 중립’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던 정 총리로서는 정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대결적 정치문화로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정 총리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협치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사실 그게 잘 이뤄진 적은 별로 없다”며 “협치를 하지 않고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국민을 잘 섬긴다고 하는 목표는 국회나 행정부나 다 똑같다”며 “목표가 같으나 힘을 합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정 총리의 별명인 ‘미스터 스마일’을 언급하며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미스터 스마일’의 진면목이 드러날 때가 됐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후 비공개 자리에서 문 의장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 법안을 처리해야하는 것과 협치에 대해 강조했고, 정 총리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며 공감을 표했다고 전해졌다.
정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정부 입장에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할 법들이 2월과 4월, 5월에 (국회에서) 잘 처리 돼 올해는 국민께서 덜 걱정하고 국정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잘 도와달라”며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잘 준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제고, 국회에서의 법·제도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간 정치를 하시면서 국회의장까지 하시고, 6선 의원으로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셨기 때문에 ‘책임 총리’로서 내각을 잘 이끌어 가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2월 국회도 다시 열고 나머지 민생법안 처리할 수 있도록 잘 운영해서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올해는 총선이 있는데 국무총리께서 엄정하게 중립을 잘 지키셔서 구설이 안생기도록 하셔야 할 것 같다”며 “이번 총선은 총리에 의존하지 않고 당 자체적으로 잘 치러내겠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가 안정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총선 기반을 잘 만들어야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국회를 대표하시는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가 좋은 협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겟다는 기대도 있고, 특히 야당과의 소통을 정말 잘하는 총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신다”면서 “우리 국민의 국무총리로서, 책임총리로서, 협치의 총리, 통합의 총리로서 많은 성과를 내주시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지금 같이 청와대와 국회가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의회를 잘 아는 분이 책임자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며 “총리께서 국회와 타협하고 정당 간 합의를 이루는 정치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회에서 채택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불완전하고 누더기가 됐지만 이를 통해서 다당제 연합정치가 만들어지는 기초를 만든 것”이라며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 총리가 협치의 기초를 닦고 협치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십사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제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 협치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면서도 “책임총리는 제가 요청 드린 것은 아니다. 저는 이런저런 어떤 요구도 한 적이 없는데 대통령께서 그렇게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 역시 정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총리께서 책임총리의 역할을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목을 거듭하는 동물국회의 상황에서 이제는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이 행복한 정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정 총리에게 “정 총리께서 ‘청년총리’를 해주시면 좋겠다”며 “청년취업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을 정세균이 제거하겠다고 한다면 새로운보수당은 정 총리와 함께하는 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제가 조금이라도 국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런 것 저런 것을 따지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어렵게 총리직을 맡았다”며 “어느 정당이나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협치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정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경제인은 기업인뿐만 아니라 노동자, 자영업자와 같은 다양한 주체들이 있다. 이러한 경제주체 간 균형을 이루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나. 노동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며 “양당체제를 넘어서 다원적인 정치체제 하에서 경제를 중심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최근에 느끼는 것은 협치를 안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을 끌고 갈 수가 없다”며 “어차피 옛날식으로 (법안을) 강행처리하고 여러 방법을 통해서 과반수를 확보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협치가 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정 총리 측은 이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측에도 면담을 제안했으나, 황 대표의 충청권 방문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양측은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 총리는 여야 지도부 예방을 모두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20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둬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며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잘 좀 도와주십사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잘 소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협치 내각과 관련해선 “총선이 끝나면 협치 내각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겠나”며 “소통을 뛰어넘어서 제도적으로 그런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