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나라당이 당내 개헌 특위를 최고위원회 산하에 두기로 결정하면서 개헌 논의의 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당내 이견이 있고, 야당의 반대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1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회 산하 기구로 결정된 개헌 특위는 정책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명목상 최고위원회 기구이지만 연구나 운영을 정책위원회에서 맡는 절충안 형태다.

이같이 절충안으로 결정된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그동안 정책위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책위 산하에 두면 격이 떨어져 야당과 협상하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속은 최고위원회에 두되 기본적인 연구, 추진 뒷받침은 정책위에서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개헌 특위 소속 문제를 놓고 최고위원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렇게 합의에 이르게 된 데에는 당내 지도부의 이견이 더 이상 분열상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8~9일 개헌 의총 후 개헌 기구 구성이 계속 늦어지면서 개헌 논의가 시작부터 삐걱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헌 기구는 정책위원회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개헌추진 양상이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옳지 않다, 옳은 방향으로 가자’는 취지로 얘기해왔는데, 그것이 마치 당내 지도부 간의 이견처럼 비치고 또 국가의 가장 큰 현안이고 중대사인 개헌문제를 당내 계파 갈등 쪽으로 몰고 가고 있는 모습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고위원회의 도중 자리를 떠난 정두언 최고위원은 “개헌은 필요하고 옳은 것이지만 아무리 옳아도 민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개헌이 비록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안 될 것이 분명한데 무슨 꿍꿍이냐는 게 민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니 ‘딴나라당’ 소리를 듣고,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게 아니냐”며 “민심이 아닌 다른 것을 두려워해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지도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개헌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한때 정세균 최고위원이 “여당이 진짜 단일안을 갖고 나오면 (개헌 논의에) 응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당과의 대화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지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미 실기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21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서 “과거에 개헌을 주장하던 민주당 의원들도 이러한 실기와 한나라당의 통일안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나라당 친이계가 민주당에 연정을 제안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그건 이념적으로도 옳은 일이 아니고, 친이계에서 민주당에 연정을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만약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모든 민생문제가 블랙홀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제1야당으로서 개헌 논의로 이슈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이렇듯 이번 개헌 특위 구성으로 그동안 친박계의 반대와 야당의 논의 거부로 힘이 빠졌던 개헌 논의에 추진력이 가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민주당을 비롯해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당내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와 개헌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권의 난맥상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