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 인근에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기체 일부가 불에 탄채 땅바닥에 나뒹굴어 있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출처: 뉴시스)
이란 테헤란 인근에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기체 일부가 불에 탄채 땅바닥에 나뒹굴어 있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으로 이란 군부가 상당히 큰 타격을 입게 되면서 이란 지도부에서 온건 성향의 대서방 협상파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기본적으로 군부의 영향력이 정치권뿐 아니라 경제계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다. 정부를 능가하는 이 권력의 중심에는 혁명수비대가 자리 잡고 있다.

현 정부를 이끄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서 중도로 분류되는 온건파와 개혁 성향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됐고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최고지도자의 승인 아래 로하니 정부는 외교 계통을 온건 협상파로 교체하고 미국, 유럽과 핵협상을 벌여 2015년 7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타결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5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로하니 정부의 입지는 좁아 들었다.

미국의 제재로 외국의 투자와 진출이 사실상 중단되고 이란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 수출도 극히 제한되자 보수파는 그가 미국에 ‘속아 넘어갔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과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이란 국내의 반미 강경파의 목소리는 지배적인 여론이 됐다.

이 와중에 혁명수비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사건이 터지면서 이런 흐름을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혁명수비대의 고위 장성이 국영방송 생중계를 통해 “모든 책임은 군에 있다”라며 사죄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의도적이 아니었다지만 민항기를 격추해 자국민을 포함해 176명을 죽게 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을 뿐 아니라 큰 역풍을 맞게된 것이다. 군부의 영향력이 당분간 상당히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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