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 촛불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구속을  ⓒ천지일보 2020.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 촛불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

시민 2000여명 ‘검찰개혁’ 촉구

촛불연대 “보수 반격… 시민 힘 필요”

같은 공간 보수단체 맞불 시위로 긴장

시민 “진영 싸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

“민주화 혜택자가 민주화 애쓴 사람 공격”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검찰인사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말인 11일 ‘정치검찰 퇴출’ ‘윤석열 사퇴’를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졌다.

“윤석열 총장의 행태가 검찰개혁을 이끌고 있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소위 엑스맨이라는 거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엑스맨의 운명이라도 이제는 내려와야 한다.”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측은 그간 여의도 국회 앞 등에서 검찰 개혁과 공수처법 통과를 외쳐온 진보 연합 단체인 ‘광화문 촛불연대(촛불연대)’다.

그간 열린 집회에서 ‘윤석열 사퇴’ 발언이 산발적으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주최 측이 이를 ‘주된 구호’로 내걸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를 비롯한 여권의 검찰 힘빼기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과 맞물려 외곽에서는 윤 총장 사퇴 여론몰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광화문 광장 중심에서 열린 이번 집회는 젊은 연인들, 학생들, 노년층까지 20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단상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공연과 영상 등이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추운 날씨에도 시민의 호응은 커져갔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총장은 사퇴하라’ ‘검찰은 문 닫아라’ ‘정치검찰 퇴출시켜라’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검찰개혁을 주문했다.

촛불연대는 “추미애 장관 임명 직후 속전속결로 윤석열 정치검찰에 일격을 가했으나 자유한국당, 보수언론, 극우세력의 반격으로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며 “적폐의 난동을 제압하려면 깨어 있는 시민의 힘, 촛불의 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검찰 조직과 적폐 집단을 대변하고 있다. 윤 총장은 사퇴해야 한다. 나아가 정치검찰 척결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구속, 한국당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안국동 사거리와 종각 사거리, 세종대로 사거리, 조선일보를 거쳐 1.7km가량을 행진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 곳곳에서 보수단체 시위도 이어졌다. 한 공간에서 시위가 진행되는 등 충돌 가능성도 엿보여 현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실제 경찰이 이중으로 설치한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두고 양측 사이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특히 부부젤라를 입에 문 시위자들로 인해 바로 옆 현장의 목소리조차 듣기가 어려웠음에도 일부 참가자끼리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47개 중대를 배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 촛불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행사 시작 전 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 촛불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행사 시작 전 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

서초 촛불집회 때부터 매번 참석했다는 김대하(51, 서울 광진구)씨는 “추미애 장관의 인사 조치는 법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정확히 했다고 본다. 잘못됐다면 뭐가 잘못 됐는지 얘기해 달라”고 반문하며 “윤석열 총장을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언론 등 제 세력이 진영 논리로 몰아가는 등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현 사태는 진영 싸움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얘기”라며 “그들이 얼마나 시대에 뒤쳐져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멀리 인천에서 화가 나서 올 수밖에 없었다’는 김기연(가명, 60)씨는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씨는 “윤 총장의 수사 행태가 잘못됐다. 조국 전 장관 수사 때부터 다분히 정치검찰의 모습을 보이더니 청와대만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다. 의도가 불순하다”며 “물론 의혹이 있으면 수사해야 한다. 그런데 패스트트랙 수사 등 한국당에 대한 수사는 왜 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검찰개혁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안사랑(25, 서울 영등포구)씨는 윤 총장이 이상한 짓을 많이 한다. 엑스맨인가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진심이 무엇이든 검찰개혁에 반하는 모습을 비췄다면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광화문이 혼란스럽다. 광화문은 민주화의 공간이고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위한 공간인데 보수 극우단체들의 전유물이 돼 가는 것 같다”며 “민주화의 가장 혜택을 본 자들이 민주화를 위해 애써 왔던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8일 검찰 고위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간부들을 줄줄이 좌천시켰다. 검찰 내부와 야당에서는 곧장 ‘대학살’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러자 추 장관은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한 건 윤 총장의 ‘항명’이라며 반박했고, 여당도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여기에 가세했다. 시민단체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윤 총장이 항명한 건 직무유기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촛불연대는 이날 집회 이후 설 명절까지는 휴식기를 갖고, 2월 1일부터 다시 촛불문화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 촛불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행사 시작 전 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화문 촛불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광화문 탈환 촛불문화제’를 연 가운데 행사 시작 전 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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