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인사로 갈등을 빚은 추미애(좌)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우) 검찰총장. ⓒ천지일보 2020.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인사로 갈등을 빚은 추미애(좌)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우) 검찰총장. ⓒ천지일보 2020.1.9

추미애, 대검찰청에 특별지시

“수사단 구성 때 승인 받아라”

‘항명판단’ 윤 총장 징계 위해

법무부에 관련 법령 검토 지시

 

檢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靑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여권까지 수사범위 넓힐 수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인사의 충격에도 검찰은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며 겨눈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법무부도 일격에 만족하지 않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명의의 ‘특별지시’로 추가적인 검찰 제재에 나섰다. 한발 더 나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도 검토하는 모습이다.

◆“수사단 만들 시 승인 받아라”

법무부는 “추 장관이 비직제 수사조직은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할 것을 대검찰청에 특별히 지시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선 직접수사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특별수사부(특수부)를 줄이는 등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는 취지다.

법무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검찰청 하부조직을 열거해 규정하고 고, ‘검찰근무규칙(법무부령)’은 ‘검찰청의 장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검사 상호간에 그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고 직무대리는 기간을 정해 명하되 그 기간이 1월을 초과하는 때에는 미리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검찰청의 하부조직이 아닌 별도로 비직제 수사조직(수사단, 수사팀 등 명칭 여하를 불문)을 설치, 운영해서는 안된다”며 “예외적으로 시급하고 불가피해 비직제 수사조직을 설치하는 경우도 인사, 조직 등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20.1.10 (출처: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20.1.10 (출처: 연합뉴스)

검찰총장 재량 줄이며 압박

검찰은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를 수사하는 특별수사단(특수단)을 꾸린 바 있다. 윤 총장 취임 후 처음 구성된 특수단이었다.

세월호 특수단 탄생은 윤 총장의 의지가 담긴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이 경우에 비춰 일각에선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뿔뿔이 흩어진 상황에서 윤 총장이 특수단을 통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특별지시로 인해 더는 총장의 결단으로 특수단이 설치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총장의 손발을 묶는 법무부발 ‘특별지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항명’에 따른 ‘필요한 대응?’

앞서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와서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오지 않았다)”며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지난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지검장급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인사 과정에서 검찰청법이 정한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잘 판단해 이번 일에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까지 말했다.

‘필요한 대응’을 하라고 밝힌 만큼 ‘항명’한 윤 총장에 대한 어떤 종류의 후속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한 매체에 의해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추 장관이 조두현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전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검찰인사 이틀 만에 청와대 압수수색

반면 검찰은 추 장관을 필두로 청와대와 민주당까지 이어진 맹공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숨 돌릴 틈 없이 청와대를 향한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균형발전비서관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공병원 등 공약사항과 관련해 생산한 자료 등에 대한 확보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영장에 압수물을 특정하지 않고 ‘범죄자료 일체’라고 기재하면서 청와대 측은 무엇을 제출할 지 알 수 없어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장환석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송 시장의 선거공약 설계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송 시장은 2017년 12월 균형발전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다. 또 송 시장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2018년 1월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면서 장 전 선임행정관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 2020.1.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 2020.1.10

윤석열 ‘버티기’ 들어가나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앞으로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에서 인사 대상이 된 간부 32명과 만나 “일선 검사장은 중요 사건에 대해 ‘검사장이 책임진다, 내가 직접 책임진다’는 그런 자세로 철저하게 지휘·감독해주길 부탁드린다”며 “특히 진행 중인 중요사건 수사·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가 연속적으로 이뤄지도록 당부한 것이다.

또 윤 총장은 검찰인사가 발표된 8일 대검 간부들과의 저녁에서도 “모두 할 일을 했다”고 인사 조치된 이들을 위로하며 두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압수수색을 서두른 것도 오는 13일자로 인사이동이 완료된 이후엔 새 담당자들이 수사 내용을 이해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데 까지 시간이 걸릴 것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태다.

정부가 연일 항명이라고 압박하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까지 검토되는 상황에서도 윤 총장은 계속 그 자리에서 버티며 할 일을 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 검찰의 갈등은 한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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