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5~10미터의 작은 내(川)와 같은 에이본강

캔터베리 대평원의 시작점 ‘크라이스트처치’

서든 알프스에 내린 눈 녹아 에이본강 형성

뉴질랜드의 동물 보호와 존중 사상

동물 위한 행동도 불법 될 수 있어

동물의 권리와 보호 및 관리 엄격

 

강폭이 5~10미터에 불과하지만 평온한 분위기의 에이본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0
강폭이 5~10미터에 불과하지만 평온한 분위기의 에이본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0

아늑함이 느껴지는 에이본강

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폭이 좁은 강! 강폭이 5미터에서 10미터에 불과하다. 강이라기보다는 아늑함·포근함을 주는 조그마한 내(川)와 같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 양쪽에 이어진 강둑에는 고목나무, 버드나무 등이 땅에 닿을 듯 늘어서 있다.

이 작은 강에서 작은 나무배가 천천히 여유롭게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한다. 나무배를 움직이는 힘은 사람의 키보다 긴 하나의 막대기에서 나온다. 작은 나무배 뒤로 잔잔한 물결만 일어날 뿐, 어떠한 엔진 소리도 기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고요와 평화가 공존이라도 하듯.

작은 배를 움직이는 뱃사공의 차림도 인상적이다. 1980년대 유럽 복고풍의 옷과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있다. 그의 노질이 무척 숙련돼 보인다.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시의 중심부를 굽이굽이 흐르는 ‘에이본강(Avon River)’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에이본강을 원주민 마오리어로는 ‘오타우타히(Otautahi)’라고 하는데, 이는 ‘짧은’이라는 뜻이다. 강폭이 좁은 에이본강이지만 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좁은 강을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작은 나무배에서 보고 즐기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서든 알프스에 내린 눈은 녹아서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것이 지하수가 돼 저지대인 크라이스트처치로 흘러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수압이 생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0
서든 알프스에 내린 눈은 녹아서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것이 지하수가 돼 저지대인 크라이스트처치로 흘러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수압이 생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0

에이본강 형성 과정

크라이스트처치시는 캔터베리 대평원의 시작점이다. 강의 형성은 높은 산이 있거나 언덕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크라이스트처치시에는 강이 형성될 만한 이러한 지형이 없다. 그저 평평한 평지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강이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200㎞의 거리에 위치한 서든 알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서든 알프스에 내린 눈은 녹아서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것이 지하수가 돼 저지대인 크라이스트처치로 흘러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수압이 생긴다.

이는 궁극적으로 크라이스트처치시까지 흘러온 지하수를 땅 위로 솟게 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에이본강이 형성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에이본강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뉴질랜드의 베네치아라는 느낌을 준다. 아울러 에이본강 주변에서는 늘 계절의 아름다움, 사람과 동물의 교감, 특히 오리떼와의 교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광경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 자연과 동물의 소중함·순수함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는 자연, 동물과 어우러지는 모습, 또 이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접하는 순간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인공을 가미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지키려는 진정성이 스며들어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동물을 이용한 싸움이라든지 힘의 대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떠한 다툼도 경쟁도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와 반면에 한국은 좀 다르다. 소싸움의 예를 들면, 격렬한 싸움을 유도하기 위해 대회 직전에 소에게 소주를 강제로 먹이기도 한다고 한다. 흥미와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서 택하는 방법이라 하지만 놀라울 일이다.

 

야생물개는 야생 환경에서 보호를 해야 생존 습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이나 다른 환경으로 데려오는 행위는 물개의 생존 습성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0
야생물개는 야생 환경에서 보호를 해야 생존 습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이나 다른 환경으로 데려오는 행위는 물개의 생존 습성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0

뉴질랜드의 동물 존중

뉴질랜드 동물 존중의 사례를 보자. 2017년 7월 어느 날 아침, 뉴질랜드 농부인 냅(Knapp)은 해안가로 갔다.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화강암 절벽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절벽 아래 바위 위에 있는 아주 작은 물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줄 알았다. 가까이 가서 한참동안 지켜봤으나 움직임이 없었다. 발로 살짝 건드리자 눈을 가늘게 떴다. 물개는 눈을 떴다 감았다가를 반복했다. 냅은 물개가 먹을 것이 없어서 탈진 상태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대로 방치해 두다가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먹을 것을 주면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변가에 그가 가지고 간 먹을 것이라고는 마실 물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자신의 집에 물개를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도착한 즉시 생선 등을 주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물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한 일이었다.

냅은 그 다음 날 해안가로 가서 물개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가 도착할 때 공교롭게도 해안가에는 이미 뉴질랜드 동물보호협회에서 나온 몇몇 회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해안가를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냅이 물개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광경을 목격했다.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은 정말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냅은 그들에게 물개를 발견하게 된 시기, 집에 데려간 이유, 집에서 준 먹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 이유 등 물개를 보호하게 된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했다. 그럼에도 협회 회원들은 냅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결론지었다.

무엇보다도 집으로 데려온 행위가 진정한 동물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냅의 거듭된 설명과 강력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는 야생물개라는 점에 기인한다. 야생물개는 야생 환경에서 보호를 해야 생존 습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이나 다른 환경으로 데려오는 행위는 물개의 생존 습성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다.

냅의 노력은 헌신적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결국 해양포유동물 보호법을 위반한 죄로 무려 2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이렇듯 뉴질랜드에서의 동물보호 및 관리는 엄격하다. 2013년 개정된 뉴질랜드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진정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동물을 지각 있는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 비인간인격체도 이렇듯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뉴질랜드 동물보호법은 가축 및 동물학대 방지, 생태계 보호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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