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가지 인근 동북부 공사현장 직원들 사실상 고립
대사관, 조속 출국이나 안전 장소로 대피 권고

(카이로=연합뉴스)  리비아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군부대의 유혈 충돌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빚어져 현지 한국 동포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는 지난 16일부터 동북부 지역에 있는 제2의 도시 벵가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있으며, 이 과정에서 군경이 200명 안팎의 시민을 숨지게 하는 등 유혈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지중해 연안인 벵가지를 비롯해 5∼6곳의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점차 수도 트리폴리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과 기업들은 대책회의 등을 열고 동포 1천500여 명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대사관은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조속히 리비아를 떠나는 것이라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직원과 가족의 출국을 권고하고 있으나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기업들은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유혈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벵가지의 공항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여서 이곳의 동포들이 수도 트리폴리나 국외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벵가지 주변의 공사 현장에 있는 한국인들은 사막을 횡단하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폭도들에게 차량을 빼앗기거나 군부대에 징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지에 남아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 벵가지 인근에서 송전시설을 짓고 있는 모 건설사 직원 17명은 최근 공사 규모가 큰 다른 한국 기업의 현장으로 피신했으며, 또 다른 한국 건설업체 직원 70여 명은 최근 숙소가 리비아 빈민들에게 습격당하는 바람에 대형 예식장을 임대해 임시 숙소로 쓰고 있다.

벵가지를 포함, 리비아 북부 지역에는 400여 명의 건설사 직원이 사실상 고립된 채 머물고 있는 것으로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은 파악하고 있다.

주리비아 대사관의 서용원 영사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동북부 지역의 주요 도로에서 차량을 몰고 가다가는 군부대나 시위대에 빼앗길 수 있어서 규모가 작은 공사장에 있는 한국인 직원들의 경우 치안 여건이 더 좋은 큰 공사장으로 대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 영사는 "현재까지 동포의 인적 피해는 전혀 없다"면서도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가급적 리비아를 떠나도록 교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각 공사장에 동원된 수많은 제3국 근로자에 대한 관리 문제 등 때문에 쉽사리 현장 철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에는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 20여 개 건설업체가 진출해 복합화력발전소와 호텔, 병원, 주택단지 등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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