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긴장..베이징 등 도심에 공안 대거 배치

(베이징=연합뉴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재스민 혁명' 열기가 뜨겁게 번지는 가운데 중국의 인터넷에서 재스민 혁명을 선동하는 글이 등장해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최근 트위터와 유사한 소셜네트위킹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를 중심으로 20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2개 주요 도시에서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는 글이 급속히 퍼졌다.

'중국의 재스민 혁명'이라는 제목의 선동 글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19일은 공교롭게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전국의 성(省)과 중앙부처의 주요 간부들을 모두 모아놓고 사회관리체계 확립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날이다.

이 글은 "멜라민 분유 피해아동의 부모, 강제 철거민, 실업 노동자, 08헌장 서명자, 파룬궁 수련자, 공산당원, 민주당파 인사, 심지어 방관자까지 이 순간 우리는 모두 중국인으로서 미래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당독재를 끝내기 위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자유를 요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동 글은 구체적 시위구호로 '우리는 먹을 것을 원한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 '우리는 집을 원한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자유 만세, 민주 만세' 등을 제시했다.

이 글은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웹사이트인 보쉰(Boxun.com)에 지난 17일 처음 게시된 후 중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국 바깥에서 활동하는 민주화 세력이 유포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선동 글은 시위 장소, 시간, 요구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한데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등 서민들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공안 등 관련 당국은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엄정히 대처하고 있다.

20일 현재 시나닷컴 등 주요 포털 검색사이트와 웨이보에서는 영어 단어 'jasmine', 'jasmine revolution' 등을 검색창에 넣으면 오류 창이 뜬다.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茉莉花)'나 '모리화 혁명', '혁명'과 같은 중국어 단어도 역시 일시적으로 검색되지 않고 있어 당국이 금칙어로 설정해 검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만리방화벽'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중국의 강력한 인터넷 검열 조치 탓인지 지금은 중국 인터넷에서 시위 선동 글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렇지만 공안은 인터넷 선동 글을 본 네티즌이 오프라인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경비 활동을 강화했다.

이날 시위 장소로 지목된 베이징의 중심가 왕푸징(王府井) 거리에는 제복과 사복 공안이 몰린 탓인지 본격적인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구경꾼이 몰려든 가운데 인권운동가로 보이는 한 남성이 공안 앞에서 흰색 꽃을 바닥에 던지는 포퍼먼스 행위를 한 후 곧바로 연행되는 등 거리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상하이와 광저우 등 중국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시민들이 참여한 시위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회를 선동한 글은 20일 시위가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주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다시 시도하자고 언급해 긴장 상황은 다음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톈융(江天勇), 리톈톈(李天天) 등 인권변호사, 민주화 운동가 등 수십명이 체포되거나 가택 연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변호사인 니위란은 AFP통신과 전화에서 "많은 활동가가 공안에 붙잡혀 사라지거나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 있는 인권민주주의정보센터는 중국 전역에서 공안에 붙잡히거나 가택 연금에 처해진 사람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혹시 자국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최근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에서 재스민 혁명이 성공하고 시위 열기가 인근 국가로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