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호르무즈에 파병하는 일 없길”
“타국 군사 활동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
“파병 시 이란 국민 정서 분노로 바뀔 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가 전날인 9일 한국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응할 경우 “단교까지 고려할 정도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이날 서울 동빙고동 주한이란대사관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는 “타국이 주둔하게 된다면 지역 정세는 불안해질 것이라며 타국이 군사 활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는 1000년 이상 신라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 이 시점이 가장 위기”라고 강조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또 “한국 기업이 이란 시장을 잃을 수 있을 것이며, 이란 국민이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며 “이미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국가의 기업이 한국 기업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유 수입도 지금은 제재 때문에 어차피 (한국이 수입을) 안 하고 있지만, 그것도 미래에 (이란에서 원유 수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 경제적인 걸 떠나 한국에 대한 이란의 국민 정서가 분노로 바뀔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 한국의 관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왜 제3국이 개입을 하나. 말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우리 정부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로서는 난항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공조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원유수송선의 70~8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등 실익이라는 차원에서 이란과의 관계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전날인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의 파병 요청과 관련해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지역에 있는 나라들과 양자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 입장과 우리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순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