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빈곤은 국가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현대 헌법국가의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보호이다. 그중에서도 소위 사회적 약자 또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 문제이다. 헌법 제34조 제1항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헌법은 국가에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은 제34조 제5항에서 국가에 생활무능력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국가의 생활무능력자 보호의무는 최저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물질적 급부의 제공이다. 물론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의무는 무조건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고 해야 하는 국가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이런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확보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생활무능력자의 보호의무는 최저생계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사회적 기본권을 규정해 사회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사회국가는 주어진 자유를 스스로 행사할 가능성도 가지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실질적 조건을 형성해, 사회적 약자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회균등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는다. 물론 여기서 국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하여 최저생계의 보장을 넘어서 어떤 보호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재정확보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4조 제5항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호하고 있는 것은 개인 스스로가 자유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국가가 특히 이들에 대하여 자유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사회적 약자는 스스로 자유행사를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서는 국가가 자유행사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다운 생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먼저 범위를 정해야만 보장의 정도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헌법학계에서는 다양한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이에는 인간답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 급부라고 하는 견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급부라는 견해 등이 주장되고 있다.

이런 견해들에 대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보장내용이 아니라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에 관한 것이라고 보는 다른 견해도 있다. 그런데 헌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기준으로 하여 생활무능력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제34조에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선언하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특정 조건의 국민에 대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헌법 제34조는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권의 보장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과제이기도 하다. 헌법이 요구하는 생활무능력 국민보호의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급부는 해줘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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