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 (출처: 연합뉴스)
세계은행(WB). (출처: 연합뉴스)

‘무역·투자부진’에 0.2% 하향 2.5% 제시
전문가들 韓수출위축 영향 우려 목소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경제에도 수출과 투자를 위축시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8일(현지시간) ‘2020년 세계 경제 전망-저성장과 정책 도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작년 6월에 제시한 2020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낮췄다. 작년 성장률 역시 2.6%에서 2.4%로 제시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겪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만큼 작년에는 바닥을 찍게 되고, 그 기저효과로 올해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둔 시각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은 또 2021년과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2.6%와 2.7%로 제시해 조금씩 회복세로 가는 것으로 여러 국제기관들과 입장을 같이 했다. 세일라 파자르바시오글루 세계은행 부총재는 “하방 위험이 계속되고 회복세는 취약한 상황”이라고 말해 미중무역 분쟁과 글로벌교역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국별로 보면 미국의 성장률은 작년 2.3%에서 올해 1.8%로 내려앉고 유럽도 작년 1.1%에서 올해 1.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작년 6.1%에서 올해 5.9%로 떨어지면서 성장률 6%대 미만의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서는 무역긴장에 따른 국제 무역 축소 등의 영향으로 0.1%내린 5.7%로 예측했다. 그 원인으로는 중국 경제 둔화세, 미중 무역 분쟁, 한일 무역 긴장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번 WB의 세계경제 전망은 최근 터진 중동리스크는 반영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국내기관 중 유일하게 가장 높게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4%도 세계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터라 달성하긴 더 어려운 분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2.4%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7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올해 2.4%를 제시한 배경은 세계경제의 회복과 반도체의 회복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일단 세계경기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바닥까지 가더라도 길게 갈 수 있고, 잠깐 반짝했다가 다시 빠지는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발표한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작년이나 그 이전부터 신성장 사업이나 규제개혁은 이미 얘기해온 부분이라 현실과 이상은 다르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기는 미미할 것이다. 또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포퓰리즘 때문에 친기업적인 행보를 안 하려고 할 것이라 이게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소장은 “국제기관들은 미국과 중국 경제전망치를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G2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이 흔들릴 수 있어 연초부터 어려운 대외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미 해외 기관들이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수출은 더 위축될 것이고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면서 “WB의 하향조정 결과나 대외적인 악조건들을 제외하고라도 이미 대한민국 경제가 워낙 좋지 않다. 내수는 위축돼 작년 4분기부터 소비가 실질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소비를 증진하기 보단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규제 정책은 소비를 꽁꽁 묶는 정책이다”며 “결국 주택도 못사게 한다면 이사 이벤트도 줄어들어 이는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완연하게 돌아선다는 것을 전제로 해도 미중분쟁 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정부의 2.4% 전망치는 많이 높아 보인다”면서 “1.9%나 좋아야 2.0% 정도가 현실성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 정부가 지나치게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펴면서 건설경기와 투자에서 마이너스 흐름의 부작용을 가져왔고, 국내 내수경기 흐름도 둔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내수경기 활력을 위해 너무 옥죄고 있는 부동산정책 방향을 완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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