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일본에서 형사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은 8일(현지시간)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과 관련 “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전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으로 입국한 후 9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곤 전 회장은 “왜 그들(검찰)은 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나를 다시 체포했느냐”며 “일본 검찰에 의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잔인하게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들은 14개월 동안 내 영혼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내가 아내와 연락하는 것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검찰이 자신을 조사하면서 변호사 입회를 허용하지 않고 자백을 강요했다고도 말했다.

곤 전 회장은 “절망감이 크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내가 레바논인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레바논은 내가 어려울 때 나를 지지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3사 연합체를 이끌던 곤 전 회장은 유가 증권보고서에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로 2018년 11월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격 체포될 때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르노와 닛산차의 경영통합 계획에 반발하는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을 주축으로 한 닛산차 일본인 경영진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내부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불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곤 전 회장은 “일본 친구들 중 일부는 닛산에 대한 르노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일본 당국이 개입돼 있다면서도 관련된 일본 공무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서 특별배임 등 별건 혐의가 추가되면서 곤 전 회장은 구속 기소됐다. 이후 곤 전 회장은 3차례 보석을 청구한 끝에 작년 3월 풀려났다.

석방된 후 그는 작년 4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진실을 말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했으나 이튿날에 재체포돼 추가 기소됐다. 이후 보석으로 다시 석방됐으나 해외출국 금지 등 활동에 엄격한 제약이 따랐다.

이후 줄곧 침묵하던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낮 도쿄 자택에서 외출한 후 그날 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개인용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로 도주했고, 이스탄불에서는 다른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까지 이동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 수사당국은 곤 전 회장이 큰 상자에 숨어 일본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회견에서 자신이 레바논으로 탈출한 방법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곤 전 회장에 대한 수배를 레바논 정부에 요청했지만, 레바논과 일본 사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레바논이 그의 신병을 일본에 넘길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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