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폭격에 사망한 이란 최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7일(현지시간) 고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의 폭격에 사망한 이란 최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7일(현지시간) 고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미국과 이란은 역사적으로 석유와 종교로 시작된 악연을 통해 반세기 동안 서로 갈등하며 싸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새해부터 ‘제3차 세계대전(World War III)’이라는 키워드가 전 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단어가 됐다. 이란 정부가 핵프로그램 동결 및 제한 규정을 더이상 지키지 않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국가 영웅인 혁명수비대(IRGC)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3일(현지시간, 이하 현지시간) 사망하자, 미국을 향한 이란의 민심은 폭발해버렸다.

현재 전 세계의 국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미국을 향한 이란의 공격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자세이다.

이란 장성을 암살하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수위에 따라 바로 맞대응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이란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라크에 있는 미군 기지 두 곳에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트윗을 통해 “다 괜찮다.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있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BBC는 8일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 후 자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맞대응보다는 신중론에 더 주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역시 전면전은 피하자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응을 펼치느냐에 따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8일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군기지 공격에 대해 “미군의 비겁한 공격에 대해 방어적인 비례 대응을 한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방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이란은 확산이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도 이날 “간밤에 우리는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며 미국의 대응 수준에 따라 또 다른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왼쪽에서 4번째)가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중장추모 기도회를 직접 집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왼쪽에서 4번째)가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 중장추모 기도회를 직접 집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BBC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미국이 보복하면 미국 본토도 공격하겠다며 미국이 이란 땅에 보복 공격시 두바이와 (이스라엘) 하이파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사전 경고했다.

이란이 ‘미국의 대응수준’과 ‘미국이 보복할 경우’라는 조건을 매번 달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비례적인 방어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 부분에서도 이란이 꼭 전쟁을 원하지는 않고 있다고 BBC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란은 모든 미군이 중동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이란의 적으로 규정하고 2015년 이란 핵합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BBC에 따르면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서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2009년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가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고 2015년 7월 이란 핵 개발 동결을 내세운 ‘이란 핵 협정(JCPOA)’이 타결되면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했고,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오바마가 주도한 이란 핵협정이 불공정한 조건이라며 파기를 선언했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이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이란도 핵 개발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양국 관계는 다시 적이 됐다.

미국도 이란의 공격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지만 “우리의 인력과 파트너,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이라는 조건을 달며, 이란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고민에 빠졌다.

이날 BBC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은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을 규탄하며 전쟁을 막고 더 이상의 무기사용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란의 이번 공격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고 미사일 등 무기사용을 즉각 중단하라”며 “EU도 대화 재개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양국의 긴장완화를 촉구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인의 50% 이상이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95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악연은 미국이 영국과 손을 맞잡고 시작한 이란의 석유 수출 항로에 대한 봉쇄가 시발점이었다. 석유싸움에서 자존심 싸움으로 까지 번진 이번 양측의 보복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월에는 전격적인 ‘핵 개발 재개’ 의사를 밝힌 이란에 맞서 미국도 이란의 철강 및 광물 수출을 차단했다. 이란의 최대 수출품인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구리, 알루미늄 등 광물자원 수출까지 봉쇄해 이란의 자금줄을 죄고 있다.

터질대로 터진 이란은 이날 미국의 우방국을 향해서도 경고했다.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도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라크 공격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이라크 공격에 관해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에 대해 해로운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며 "전쟁을 멈추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라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란의 보복 타격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한다. 미국 국가안보팀도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며 이란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7일 “우리는 불필요한 도발을 끝내고 이란이 폭력을 중단토록 요구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 군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야만 한다”며 “미국과 전세계는 전쟁을 감당치 못한다”며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역시 미국과 이란의 중동전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긴장 고조에 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더이상의 긴장 고조는 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은 이미 이란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이란이 행동방식을 바꿀 때까지 최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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