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본사에서 열린 중동 정세 관련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동향 점검회의에서 회의 참석자들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본사에서 열린 중동 정세 관련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동향 점검회의에서 회의 참석자들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유·화학·항공·해운·건설업계

사태 장기화시 직격탄 불가피

호르무즈해협 봉쇄 될까 우려

전 산업계 사태 변화 예의주시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없지만 이란이 중동 내 미국 우방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산업계에 그에 따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내 주요 정유사는 국제유가와 원유 수급 차질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량 중 30%에 달하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단순히 국제유가 등락을 넘어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3%에 달하며 이 물량의 대부분인 97%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화학업계는 물론, 유류비 비중이 큰 항공·해운업계 등 관련 업계에도 줄줄이 부정적인 영향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늘 오전 자체위기평가회의를 연 데 이어 오후에는 정유업계와 ‘석유, 가스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현재 동향과 앞으로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했다. 일단 중동 지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송에는 차질이 없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정유업계는 당장 국내에 원유 수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로 한국은 지난해 4월 이후 이란산 원유를 전혀 수입하지 않고 있지만 이라크에서 들어오는 원유 물량은 전체의 10.9%에 달한다. 석유화학업계도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유가가 급상승할 경우 제품 원가마저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되므로 중동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공·해운 등 관련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영업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상당한 항공·해운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항공사 경영에서 유류비가 전체 영업비용 중 차지하는 비중은 25~30%, 해운사의 경우 전체비용 중 약 30%에 달한다.

조선·자동차 업계도 당장 직접적인 피해나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동차업계는 판매감소, 조선업계는 물동량이 줄고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건설업계에도 잔뜩 긴장을 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외교부와 함께 이란과 이라크 등지에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상시 모니터링 중이며, 우리 국민과 현장 직원들의 외출이나 출장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건설현장에 대한 경비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공습이 발발한 이라크에는 현재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 현장에서 1381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 등이 공동 시공 중인 카르빌라 정유공장 현장에는 660여명이,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는 390여명이 근무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는 이라크의 정세가 안정되고 정부 재정이 증가하면서 국가 재건을 위한 공사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왔는데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 사업까지 어렵게 되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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