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끈질긴 악연, 지구촌을 전쟁 공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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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서울=뉴시스]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미국, 이란 정치개입 이후 70여년 갈등

핵합의 파기에 이란 군실세 제거까지

 

이란, ‘솔레이마니는 순교자’ 종교신념

중동 시아파 무슬림들 분노로 들끓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촉발된 무력충돌이 위험수위에 올랐다. 미국의 이란군실세 제거에 이란의 보복 미사일공격이 이어지며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다. 수십년동안 이어온 갈등으로 전쟁 위기까지 맞게 됐다.

 

◆미국-이란 불화의 역사

미국과 이란의 뿌리 깊은 불화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슬람사회가 미국을 대하는 태도는 같은 이슬람교라도 수니파와 시아파가 달랐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우호관계를 가졌지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반미 성향이 가장 강하다.

왜 이란은 반미성향을 가진 나라가 됐을까. 미국과 이란의 악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953년이다. 그 이전에는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친미성향을 보였기에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자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달랐다. 1951년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무함마드 모사데크를 총리로 선출했다. 모사데크 총리는 이란의 석유산업을 국유화하면서 왕권의 축소를 시도했다.

위협을 느낀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 국왕은 미국과 손을 잡고 이란의 민주주의를 억압했다. 미국과 영국은 팔레비 국왕을 지지했고, 이에 힘을 얻은 팔레비 국왕은 결국 1953년 모사데크 총리를 축출하기에 이른다. 당시 이란 국민들은 미국이 팔레비 국왕을 배후 조종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자국민들은 자신들이 세운 모사데크 총리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강한 친미주의 성향을 보이는 팔레비 왕권에 분노했다.

그 불만은 약 30여년 후인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나타난다. 이슬람혁명은 팔레비 왕조의 국왕독재를 무너뜨리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지도자로 세워 이슬람 정치 체제를 갖추게 된 사건이다. 1953년 사태에 대한 보복성 성격이 짙다.

호메이니는 이슬람교의 교리를 정치와 사회 질서의 기본으로 삼고 이슬람교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명 이후 국민들은 이슬람교 교리 아래 결집했고, 이란은 반미 성향이 가장 강한 나라가 됐다.

이후 1979년 주 이란 미국 대사관에서 인질사건이 발생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90여명을 인질로 삼은 이 사건은 미국을 경악하게 했다. 이슬람혁명으로 왕좌를 빼앗긴 팔레비 왕을 미국정부가 췌장암 치료를 이유로 입국허가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여성과 흑인은 풀어주고 52명을 인질로 삼았고, 이들은 미국 정부에 팔레비 왕의 인도를 요구했다.

이듬해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특공대의 인질 구출 작전을 승인했지만 실패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서 인질이 풀려나면서 이란 미대사관 점거사태가 종결됐다. 이후 양국의 외교는 약 40년 동안 단절됐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임박한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2020.1.4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임박한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2020.1.4

◆트럼프 대통령 이란 핵합의 파기로 파열음

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때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이란 정책을 펼치면서다. 2015년 이란 핵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이란의 핵합의를 탐탁지 않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당선 이후 재협상을 요구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우방국가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반했지만 파기는 강행됐고, 이란도 재협상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란은 핵합의가 파기됐음에도 즉각적으로 우라늄 농축활동을 재기하진 않았다. 대신 국제사회에 대책을 요구했다.

지난 3월 이란 군실세가 살해되면서 이란의 입장이 바뀌었다. 이란도 조건부 우라늄 농축활동 재개 의지를 보이며 사실상 핵합의를 파기하며 강대강으로 대립했다.

문제는 이란의 반미주의가 종교적인 신념과 얽히면서 국민들의 감정을 격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은 독특한 통치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와 종교 권력이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다. 행정수반은 국민들이 4년마다 직접선거로 뽑고 있지만 국가 원수는 종신직인 이슬람교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교 최고지도자는 ‘이슬람교 율법 수호자’로 불리는데, 이 최고지도자는 행정부와 협의해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감독하며 심지어 군통수권과 전쟁 및 종전 선언권까지 갖고 있다.

대통령이 이란의 이슬람공화국군에 대한 통수권을 갖고 있는 반면 최고지도자는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경찰조직인 바시즈 민병대에 대한 통수권을 갖고 있다.

이란 국회의원들이 7일(현지시간) 테헤란 국회의사당에서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진을 들고 미국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란 의회는 미군과 미 국방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출처: 뉴시스)
이란 국회의원들이 7일(현지시간) 테헤란 국회의사당에서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사진을 들고 미국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란 의회는 미군과 미 국방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출처: 뉴시스)

◆ 솔레이마니 ‘순교자’로 추앙하는 시아파 무슬림들

미국이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무인기 드론 공격으로 살해한 이란 군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 최고지도자가 통수권을 갖고 있는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스드군 소속이다.

이 때문에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장에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 사법부 수장 에브라힘 라이시,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 등 이란 고위층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이슬람교의 교리를 접목시켜 이슬람교 시아파의 순교자로 여기고 있다. 지난 7일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은 장례식에서 “이란은 미국에 보복할 13개의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가장 약한 시나리오조차 미국인에게 역사적인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라메 타바타바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쇼자 아흐마드반드도 “서방세계는 이란의 문화를 모른다”면서 “이란과 시아파에서는 순교자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솔레이마니의 죽음은 이란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무함마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의 죽음과도 같은 순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아파에서는 이라크 칼리프에 저항다가 전사한 이맘 후세인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을 종교적인 각오로 다지게 됐다. 그리고 이맘 후세인의 전사 날을 ‘아슈라’라고 칭하며 시아파 무슬림들의 최대 종교행사로 지키고 있다.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순교로 받아들이는 시아파 무슬림들이 미국을 향해 종교적인 각오까지 다지면서 반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한 양측의 보복 공격이 중동의 시아파 무슬림들을 자극해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의 공격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폭격에 사망한 이란 최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7일(현지시간) 고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출처: 뉴시스)
미국의 폭격에 사망한 이란 최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7일(현지시간) 고인의 고향 케르만에서 열리고 있다(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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