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檢개혁 재충돌 우회… 정세균 인사청문회·9일 본회의서 격돌 예상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여야가 검찰개혁을 둘러싼 재격돌을 일단 피해 오는 9일 본회의를 열고 그간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그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문제로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철회 방침을 결정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민생법안에 걸려 있던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 요청을 한국당이 선제적으로 풀겠다”면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예산안과 두 악법 날치기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본회의를 개회하자”고 제안했다.

심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앞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한 답변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심 원내대표에게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연금법안을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시급한 법안들을 우선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고 민주당 측은 밝혔다.

곧 한국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및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요구한 본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여야가 검찰개혁을 둘러싼 재격돌을 눈앞에 두고 일단 충돌을 피해가면서 지난 연말 필리버스터 대치 이후 약 한 달 만에 국회 정상화의 단초를 일단 마련했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한국당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한국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신청은 철회하지 않았고, ‘유치원 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도 유지하고 있어 갈등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민주당이 정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7~8일)에 앞서 6일로 제안했으나 한국당은 9일로 역제안했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했다.

현재 정 후보자는 친형과의 금전 관계 및 증여세 탈루 의혹, 재산 신고 누락 의혹, 2004년 경희대 박사학위 표절 의혹 등이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한국당은 입법부 수장이었던 정 후보자가 ‘행정부 2인자’로 옮겨간다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무총리의 경우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과 국회 인준 동의 절차 없이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가 없다.

따라서 한국당은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최대한 늦추면서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세균 후보의 인사청문회 이후 여야는 9일 본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 등 184건의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 대부분은 지난해 11월 29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부의됐으나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선거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면서 처리가 안 된 법안들이다.

이같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며 당장 극한 충돌 상황은 피하게 됐으나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본회의에서 어떤 공방을 펼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