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28

전국외고연합 변호인단 주장

“헌법의 ‘교육 자율성’ 훼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 사립 외국어고등학교(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이 일반고 전환 계획을 발표한 정부에 반대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6일 전국 외고 연합 변호인단은 정부세종청사 내 교육부를 찾아 ‘외고 폐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에는 전국 사립 외고 16곳의 법률대리인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에 전국의 모든 외고·국제고·자사고를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꾼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규칙 개정안 입법예고가 이날로 끝났다. 입법예고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이 많았다고 해도 철회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해 안건이 변경될 가망은 없다는 점에서다. 입법예고 후 남은 절차는 법제처 심사와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결재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단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율성·자주성·전문성을 훼손하고 침해하는 외고 폐지는 위헌”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를 폐지하는 것은 법률의 상식과 기본을 지키지 않은 전횡”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고가 폐지된다면 우수 중학생이 ‘강남 8학군’으로 몰려 강남지역의 집값이 폭등할 것이고 조기유학도 늘어나 학력이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변호인단은 “국가적 감독을 이유로 고교교육과정을 획일화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의 교육관”이라고 주장하며 “고교평준화는 일제강점기 황국신민 양성 교육의 잔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시행령 개정이 완료될 경우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외고에 진학하길 희망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된 학생 등을 당사자로 참여케 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인단은 외고·자사고와 과학고 등 일반고가 아닌 고교의 설립근거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입법 청원 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대원외고의 법률대리인이자 ‘대원외고 출신 1호 검사’로 알려진 김윤상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과장)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헌법은 교육에 관한 것은 법률로 정하도록 ‘교육법정주의’를 보장하고 있다”며 “국회의 동의 없이 시행령으로 외고를 폐지하는 것은 총선을 앞둔 정치적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20곳 등 자사고들도 교육부에 ‘자사고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들 역시 외고와 마찬가지로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헌법소원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 교장들은 연합회를 결성, 공동보조를 하기로 합의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 반대 정책토론회’를 열고 ‘학교 폐지 시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였던 단체로 알려진 정교모에는 현재 전국 377개 대학교수 6100여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고·외고·국제고 교장연합회 공동대표인 한만위 강원 민족사관고 교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모든 아이들을 한 줄로 새우고 경쟁시키다보니, 잘난 친구들이나 좋은 교육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배 아플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 다양한 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교장은 “고교학점제는 좋은 제도로 잘 운영되면 자사고에 오려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사고·외고를 폐지하려고 하기 전에 고교학점제가 잘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달라”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앞줄 왼쪽 세번째)가 성명서를 읽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앞줄 왼쪽 세번째)가 성명서를 읽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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