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추모 행사가 벌어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몇몇 시민들이 미국의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추모 행사가 벌어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몇몇 시민들이 미국의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출처: 뉴시스)

경제전문가들 한목소리

유가상승으로 수출 위축

장기화될 경우 악영향

당장은 금융·외환시장 불안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새로운 세계경제 리스크로 등장하면서 장기전으로 갈 경우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보단 우리경제에 더 직·간접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의 군부 실세로 평가받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공습에 의해 폭살됐다. 이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성명을 내고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고 있어 긴장감이 돌고 있다.

세계 대다수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자본 유출 등으로 개도국 경제권에 더 어려운 환경이 발생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에 달할 경우 위기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따라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는데, 또 하나 변수는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파병 문제도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혀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방위비 분담의 증액분을 조절하기 위한 옵션으로 우리 정부가 파병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해부대를 파병할 경우 원유를 수입하는 이란과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선 고심되는 부분이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중동지역이 불안해지면 국제유가에 대한 변동성이 커져 다 수입해서 쓰는 우리나라는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예상했다. 또한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우리경제는 타격이 클 것이다”면서 “세계경제보단 우리에게 더 큰일이다. 직접 파병하는 곳은 많지 않고 우리에게 파병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고, 이를 거부기도 쉽지 않아 청와대가 파병이 가능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 같아 걱정도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가 이란보단 사우디에서 수입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파병으로 인한 리스크는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금의 긴장관계는 수출단가를 올라가게 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 단계를 넘어 전쟁위기로 치닫게 될 경우는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룡 곧은프렌즈 대표이사는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 대부분 제조업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이는 수출과 판매에 대한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란이 미국을 직접적으로 상대하기 보단 중동 내에서 미국 우방국에 대한 공격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동은 더 불안해지면서 원가부담은 커질 것이고, 결국 소비까지 침체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임박한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2020.1.4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임박한 공격을 모의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을 취했다고 밝혔다. 2020.1.4

중동의 불안한 정세는 당장은 금융시장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도가 사라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유럽 증시도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적인 리스크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불안해지는 건 금융시장이다. 위험자산 선호도는 사라지고 자본유출이 걱정되는데, 이번에도 불안해지면서 벌써 환율도 오르고 있고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 문제는 장기화 될 경우인데, 실물에도 타격을 주게 되며, 유가가 오르면 모든 생산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부분적 합의에 이르면서 해결 국면에 있었는데 미국 이란 충돌의 영향이 퍼져서 불확실성이 가중된다면 그 효과가 상실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경기가 하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것이 현실이 될 것 같다”면서 “미국은 전쟁을 일으킬 경우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더 지켜볼 일이고, 미국 외에 주요 교역국의 경우는 악영향만 미치는 결과만 나올 것이며, 국내 대외 여건 하방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 부연구위원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의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인데 전쟁의 위험까지 겹쳤으니 자본시장을 통한 투자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작년 4분기부터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투자금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나타났었는데, 전쟁이 발발해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면 이 같은 움직임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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