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매사추세츠,뉴저지 등 70여개교 정규 교과과정 채택

(뉴욕=연합뉴스) 18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남부의 밀빌시 실버런 초등학교 강당. 가슴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흰색 도복을 입은 어린 미국 학생들의 '태권' 함성이 넓은 강당에 메아리쳤다.

밀빌시의 실버런과 리엑크 에브뉴 두 초등학교 4,5학년 학생 전원(300명)이 이날 실버런 강당에서 태권도 수료식을 가진 것.

김승훈 사범의 선창에 따라 힘차게 손을 뻗고 발차기를 하는 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참관을 위해 나온 300여명의 학부모들과 팀 섀논 시장, 데이비드 젠틸 교육감, 마멜라 무어 실버런 교장, 브라이언 로빈슨 리엑크 에브뉴 교장은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대견함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 1월 중순부터 5주 동안 주 2회의 태권도 교육을 받은 뒤 이날 부모님과 선생님 앞에서 자신들이 배운 태권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기본적인 한국어와 함께 '아이 러브 태권도' 등을 구호로 외쳤고, 주위가 산만해 질 때는 사범의 지시에 따라 3.3.7 박수를 치는 이 학생들 가운데 한국인은 물론, 아시안계 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태권도가 공립학교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매사추세츠주 스프링 필드의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채택된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뉴욕과 뉴저지 등의 70여개 초.중등학교에서 태권도가 정식 교과과정으로 채택됐다.

미 동부권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2010년 가을 학기부터는 LA 공립학교 8개교에서도 태권도가 교육과정에 포함됐다.

밀빌시의 태권도 공교육 확산은 시 소재 학교들이 시 당국과의 일괄 협의를 통해 동시에 태권도 수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는 뉴욕 한국문화원이 공립학교 태권도 교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교장단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으로 밀빌시 당국에 요청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매사추세츠와 뉴저지 공립학교 태권도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김경원 관장은 "개별 학교를 접촉하기보다는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직접 만나 태권도가 어린이들의 심신 단련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설명하면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인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자주 언급한 것도 태권도 확산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멜라 무어 실버런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절도 있는 동작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엄격한 지도로 학생들의 에티켓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수료식이 끝난 뒤 학생들은 자신들을 5주 동안 가르쳐준 김 사범에게 줄지어 찾아와 사인을 받고, '쌩큐 써'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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