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청와대와 여당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의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받아 들여져야하지만 소수의 뜻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된다. 특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의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협상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여서 당장은 이로울 것 같지만 의회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은 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연말 소위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회통과 등 정부여당의 숙제를 해결했다고는 하나 그 후유증이 크다.

민주당이 ‘4+1 협의체’에 힘입어 설 이전에 패스트트랙을 탄 검경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개정안)을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당과 학자,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은 문제가 있는 법안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과 경찰이 상호대등한 입장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정리를 통해 힘의 균형을 맞춘다고는 하나, 기존 검찰청법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검찰 힘빼기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추미애 후보자는 “(검사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만 협의 대상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은 검사인사에서 총장의 의견을 받지만 무시해도 법상 하자가 없다는 투인데, 그와 같이 검사의 임명과 보직 등을 규정한 검찰청법(제34조제1항)에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내용이 문제다.

검찰총장이 검사의 인사에 관여하지 못하는 검찰청법과 그 조직은 분명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법무부가 계속 방치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검찰 줄세우기다. 경찰청법과는 사뭇 다르다. 경찰청법을 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고(제6조제1항), 경정 이하의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이 임용한다(제6조제2항). 경찰은 경찰청장이 임용권과 추천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소속 부하인 검사의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장관에게 의견 내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렇게 문제 있는 검찰청법 조항으로 검사를 권력에 줄세우기하고 청와대가 정치검찰을 만드는 것인데, 그 기본적인 문제 조항은 고치지 아니한 채 국민의 검찰의 정권의 수족으로 부려먹으려 안달하면서 오히려 검찰이 정치화돼 있다고 비난하니 앞뒤가 바뀌었다. 검찰을 힘빼기 위한 검경수사권 조정보다 탈(脫)정치검찰을 위한 검찰총장 검사 인사 보장이 먼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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