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살해한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 (출처: 동물자유연대)
길고양이를 살해한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 (출처: 동물자유연대)

동물권관심·학대처벌요구 높아져

동물학대·살해 범죄 내버려두면

사람 향한 범죄로 이어질 수도

美, 동물학대 ‘반사회범죄’ 분류

“높은 처벌 양형기준 만들어야”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1. 지난해 7월 1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인근에서 A씨가 키우던 고양이 ‘자두’가 한 남성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이 남성은 가만히 잠을 자고 있던 자두의 꼬리를 잡고 나무에 내리치고, 머리와 목을 수차례 발로 밟아 살해한 후 유유히 사라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경의선 자두’ 사건과 같은 동물학대나 살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물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고 ‘잠재적 살인’을 막기 위해 동물 학대·살해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물학대처벌 ‘솜방망이’ 수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 수는 약 511만 가구로,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살아있는 가족과 같이 귀중한 존재로 생각하는 ‘펫팸족’, 베이비시터가 아닌 ‘펫 시터’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국내 반려인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동물학대·살해로 동물에게 가해지는 ‘폭력성’과 ‘참혹성’에 비해 처벌은 그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기소 송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 송치된 인원은 총 1908명이다. 송치된 인원 중 구속 기소된 인원은 3명이었으며, 나머지는 1905명은 불구속 기소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할 경우 등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법이 집행되는 것은 징역보다는 벌금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철장에 갇힌 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철장에 갇힌 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물건’ 취급 받아

동물권운동가들은 현행법은 존재하지만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 때문에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98조에서 물건의 정의는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내 반려동물이 자동차와 기차와 같은 움직이는 물건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주인이 있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해한 경우에는 ‘재물손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은닉하는 방법으로 해하는 범죄이며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실제 집행은 벌금형이 대다수다.

최근 경의선 숲길 고양이 자두를 살해한 범인은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동물을 해한 죄에 대한 형벌로는 이례적인 판결이다.

만일 경의선 고양이 자두가 주인이 없는 길 고양이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처벌됐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두고 봤을 땐 처벌이 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일례로 부산에서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산채로 잡아, 끊는 물에 넣은 ‘나비탕’ 업자에게 법원은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지난해에도 길고양이 학대 의심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지만, 결국 학대 행위를 명백히 밝혀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해외, 헌법에 동물보호 명시

미국 독일 스위스 등 해외는 동물학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는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동물학대를 살인사건으로 간주할 정도다. 동물을 학대·살해할 경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이 내려진다.

일례로 2014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트럭에 매달고 도로를 질주해 중상을 입혔다. 체포된 남성은 법정최고형인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독일은 2002년 세계최초로 ‘국가는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생명의 자연적 기반과 동물을 보호할 책임을 가진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거나 극심한 고통 또는 괴로움을 가한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 부과된다.

또한 독일의 동물보호법 1조 1항에는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고 명시 돼 있다.

스위스에선 랍스터를 산채로 끓는 물에 넣는 요리방식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금붕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정해져 있다.

동물보호활동가들이 동물실험법강화 및 대체시험법의 의무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DB
동물보호활동가들이 동물실험법강화 및 대체시험법의 의무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DB

◆동물학대범 70% ‘잠재적인 범죄자’

일부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살해가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는 “어린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는 동물을 죽이거나 고문하고 도망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동물보호단체 포포스(Four Paws)가 ‘동물학대와 인간의 폭력성과의 관계(The Animal Abuse-Human Violence Connection)’를 살펴본 결과 80%의 아동학대자가 과거에 동물학대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포스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가 다른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가운데 40%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렀다.

국내에서도 이영학, 강호순, 유형철, 조성호 등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동물을 일종의 살인도구로 삼아 연습을 하거나, 어린 시절에 동물을 학대한 경험이 있었다.

FBI(미국 연방수사국)는 연쇄 살인범을 프로파일링을 할 때 과거의 동물 학대를 한 사람들을 ‘반사회범죄’로 분류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이같이 이미 다른 국가들은 동물에게 학대나 폭력, 살인 등을 저지른 자를 ‘잠재적인 살인 범죄자’로 두고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거나,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처벌강화 위해 양형기준 높여야”

우리나라의 동물학대범에 대한 처벌이 계속 강화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관대한건 사실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의 낮은 ‘양형기준’에 대해 지적했다.

조 대표는 “국내 동물보호법의 양형기준이 낮다보니 똑같은 사건도 어떤 판사는 적은 벌금과 집행유예로 끝내고, 어떤 판사는 구속을 시키는 것”이라며 “높은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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