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현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줄곧 외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유로 “정체성을 찾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고미현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열정적인 삶으로 최연소 국내 최연소 음악박사 학위 받아
음악이야 말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
명산일수록 계곡이 많고 험준해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현대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외로워합니다.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죠.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면 좋은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성악가가 있다. 그는 문명이 발달할수록 정신적 고통이 심화되는 현대사회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아니,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에 희망을 담아 직접 노래를 부른다. 오로지 행복의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기를 바랄 뿐이다.

소프라노이자 서울종합예술학교에 재직 중인 고미현 교수는 열정적인 음악가다. 세상에 있는 모든 단어 가운데 그가 선택한 최상의 단어는 ‘열정’이다. 그래서 외로움에 안주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정도라고 한다.

인터뷰 내내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알고 보면 행복 나눔이다. 극동 러시아에 건너가 고려인을 위해, 국내에서는 새터민과 자폐인을 위해 또한 최근에는 결식아동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음악이야 말로 남녀노소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행복 매개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늘 ‘행복하세요’라고 입에 달고 살 정도로 행복을 추구하죠. 하지만 행복은 그냥 찾아오지 않습니다. 역경을 수반하죠. 고난의 터널 끝에 바로 기쁨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힘든 과도기를 넘기기만 하면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예술적인 감성으로 승화한다면 그때부터 내면이 성숙되는 거죠. 전 그러한 과정을 돕고 싶습니다.”

명산(名山)일수록 계곡이 깊고 험준하다. 하지만 여타 다른 산들보다 수려하다. 고 교수는 자연이 그렇듯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고난과 역경을 꿋꿋이 이겨낼 때마다 명품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노래와 선율에 담아 이 시대에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꼭 들려주고 싶단다.

“아이들이 말을 거칠게 합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요. 단순히 청소년들의 탓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 고통의 감정이 측정되지 않으니 모르는 것일 뿐입니다. 특히 이들은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거칠게 나타내는 것입니다. 전 이런 부분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현대인들의 공허하고 곤고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는 연초에 <그리움도 행복이어라>라는 가곡 음반을 출시했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고 기쁨으로 가득 메우기를 바라는 마음에 앨범 타이틀을 ‘그리움도 행복이어라’라고 정했습니다. 제 음반을 들으면서 많은 분들이 처참했던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어려운 날도 나중에 돌이켜 보면 다 추억으로 남아 있거든요.”

정신건강과 행복을 누누이 강조하는 고 교수는 중·고교뿐만 아니라 대학 시절을 모두 호주에서 보냈다. 일찍이 가족을 떠나 생활하다 보니 쓸쓸한 감정도 빨리 알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로움을 실어 노래를 불렀고 그때마다 행복감에 젖었다. 열정이었다.

“열정이 없는 삶은 죽은 상태입니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연주자들이 열정을 쏟아서 연주하면 음악이 살아납니다. 관객들도 느껴요. 진액을 다 쏟아부으면 기력이 다하지만 제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경우도 있으나 부수적으로 얻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더욱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열정적 무대를 선보이는 고미현 교수
고 교수는 죽을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국내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최연소로 취득한 이력을 지녔다. 중·고교, 대학 시절을 모두 호주에서 보냈는데 돌연 한국에 들어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악박사 과정을 밟았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 공부하는 모습이 음악계 현실이라면 그는 기존의 틀을 깨트린 셈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한국에서 음악, 특히 클래식을 공부하고 싶었던 연유는 ‘정체성’을 찾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고 교수는 한국 고유의 정취가 묻어나는 ‘가곡’을 택했다. 한국인의 정서는 화려하고 진한 향기를 내는 장미가 아닌 소박하고 은은한 들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게는 가곡이 곧 한국이다. 그래서 국내외 어디서든지 무대에 설 때마다 가곡을 꼭 부른다. 무대를 찾은 관객들 역시 그가 들려준 가곡으로 한국을 떠올린다.

“많은 음악가 분들이 우리 노래를 무대에서 연주하셨으면 합니다. 특히 외국에서 한국인이 연주하는 무대를 찾은 관객 중에는 분명 한국을 알고 싶어 찾아왔을 거예요. 가곡을 연주하며 한국을 알리는 거죠. 앞으로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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