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기해년을 보내고 경자년을 맞으면서 한 해를 잘 살았나 돌아보게 된다. 새해를 맞으면서 알차게 보내야지, 행복하게 보내야지, 나누면서 살아야지, 더불어 살아야지, 가족에게 잘해야지, 친구에게 잘해야지, 생각한 바를 이루어야지, 운동을 해야지 등등 여러 가지 다짐을 하게 된다. 지난 해 잘 못 산 게 분명하다.

지난해 한국사회는 유난히도 일이 많았다. 일들 난마처럼 얽혀 해결이 어렵다는 걸 느낀다. 돌이켜보면 어느 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해마다 똑같이 느끼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사 아닌가 싶다. 올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싶은 세 가지 바람을 적어 본다. 나의 관심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빈부격차 해소, 주거권 보장이다.

지난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활짝 열리지 않을까 기대를 했건만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시간의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반도 정세는 꼬여만 갔다. 무엇이 잘못 되었나? 우리가 잘못한 건 무엇이고 다른 이가 잘못한 건 무엇인가?

한반도 정세와 역학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행위자들 간에 관계의 변화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행동하고 실천에 나설 때만 풀린다. 농부의 심정으로 ‘평화와 통일 나무’가 튼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양질의 흙과 퇴비를 넣어 주고 정성들여 물을 주고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잠시도 쉬지 않고 마음을 써야한다. 또 나무가 자라는데 지장을 주는 게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내가 무엇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평화와 통일’이라는 열매만 얻으려고 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제 서울신문에 난 글 하나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설문조사를 소개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가장 큰 문제로 느끼는 게 빈부격차다. 빈부격차는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도 오래된 문제다. 왜 사람들은 여전히 빈부격차가 제일 큰 문제라고 말할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빈부격차는 더욱 크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3천 달러, 무역 1조 달러, 세계경제규모 10~13위, 개도국 졸업, 선진국 진입 이런 말이라도 없었으면 덜 추울 텐데. 찬바람이 쌩쌩 부는 서민의 삶 앞뒤가 다 막힌 형국이다.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한, 서민은 더욱 가난한 나라가 우리가 사는 곳이다. 빈민은 죽지 못해 사는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빈곤 퇴치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땜질식 처방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자산불평등, 소득불평등 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윗부분에 쌓인 부를 아래 부분으로 옮겨 와야 한다.

재건축, 재개발, 토지수용, 시장 현대화다 해서 집과 가게에서 농토에서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목숨을 끊는 사람’이 계속 나온다. 철거 현장엔 어김없이 기업화된 용역깡패 집단이 등장한다. 용역깡패가 합법화 된 나라!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러면서도 정부와 국회는 인권을 앞세운다. 쫓겨난 사람들은 말한다. ‘용역깡패 없는 세상’을 갈구한다고. 새해에는 용역깡패 없는 사회로 나아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주거권과 정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법률과 제도, 공교육과 공영방송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시민과 당사자가 나서야 하다.

요즘 텔레비전 또는 신문을 보다보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연예인들이 집구하러 다니는 방송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건물을 사서 돈을 얼마 벌었다는 소식이다. 둘 다 없는 사람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 건물 사서 몇 십억 벌었다느니 하는 방송은 투기를 조장하고 불로소득을 장려하는 나쁜 방송이다.

새해부터는 제발 이런 방송과 뉴스 좀 내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피디님, 기자님, 사장님께 부탁드린다. 제발 이런 화면과 소식 좀 사라지게 해 주시고 주거권, 주거복지, 모두가 ‘따뜻한 집’ 누리면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상상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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