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한의학에서는 ‘중풍’으로 잘 알려진 뇌졸중은 장기세습 독재정권의 화신인 김정일과 관능미의 원조인 영화배우 샤론스톤도 피해가지 못한 중장년층의 치명적인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해 현재 단일 질환 사망원인 1위이며, 환자수도 2005년 44만 명에서 2009년 53만 명으로 4년 사이에 18.5%나 늘어난 아주 위험한 질환이다.

반신불수로 시달리고 있는 뇌졸중 환자들이 기뻐할만한 보고가 지난 10일 미국 뇌졸중 협회 국제학술회의에서 있었다. 로봇을 활용한 치료가 뇌졸중 마비환자의 자발적인 운동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최근 4~6주내에 뇌졸중이 걸려 반신불수가 된 평균 나이 65세의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환자들을 로봇 치료그룹과 일반 치료그룹으로 반씩 나누어 매일 40분씩 6주에 걸쳐 재활치료를 진행했다.

로봇 치료그룹에 사용된 로봇은 재활로봇 전문회사인 이스라엘의 ‘모토리카‘사가 만든 <레오 테라피 시스템>으로서, 3차원 그래픽을 통해 나타나는 물체가 환자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서 혹은 로봇에 의해 수동적으로 조작되도록 핸들이 달린 로봇 팔이 몸체에 붙어 있다. 재활치료에서는 수동에서 능동으로의 반복운동이 필수적인데, 일반그룹의 치료사들은 반복운동을 보조하기 어려웠던 반면에 로봇그룹에서는 로봇이 일관성 있고 정확하게 반복운동을 보조함으로서 월등한 재활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물리적 로봇 치료로서 암을 포함한 신체 모든 부위의 종양을 치료하는 로봇 방사선 수술시스템 <사이버나이프>가 절개, 통증, 출혈이 없는 이른바 ‘3무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고 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사이버나이프>는 1992년 미국 스탠포드 의대 존 아들러 교수가 일본과 독일의 최신 로봇기술과 미국 항공우주국의 항법기술을 결합시켜 개발됐으며, 1994년 머리와 척추의 종양 치료, 2001년 복부의 암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사이버나이프>는 로봇 팔에 달린 방사선 장치가 미사일 항법장치와 같은 위치추적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몸속 암세포를 찾아서 1mm 이내의 정확한 위치에 방사선을 쏘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환자가 숨을 쉴 때 치료부위의 움직임까지도 실시간으로 추적해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넓은 부위를 치료했던 기존 방사선치료에 비해 부작용을 없애면서 훨씬 우수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의 시바타 박사는 물개 모양의 애완용 로봇 <파로>를 개발해 2004년에 상용화했는데, 세계 여러 나라 의료복지 시설에서의 실증시험을 통해 애완동물 대체 수요의 목적만이 아닌 심리치료에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고령자가 로봇 <파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트레스 저감과 뇌기능 및 의사소통 능력 활성화 같은 심리적 치료 효과를 보여, 로봇이 간병 예방 등 사회적 비용 감소에 크게 공헌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파로>에서 활용되는 로봇의 핵심 기술은 아주 단순한 촉각을 활용한 사람과의 상호작용 기술이다. <파로>는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사람의 스킨십에 눈짓과 몸짓 또는 소리로 반응하는 단순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해 단순 기술을 완성도 있게 구현함으로써 노약자들의 심리적 장애를 어루만져주는 심리치료 로봇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이제 로봇은 단순히 인간의 고된 일들을 대신하는 노동력 대체의 수단이 아니라 전문가 뺨치는 재주를 갖고 인간의 질병과 장애를 없애주는 든든한 협력자로서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로봇은 대다수 공상과학영화에서 등장하는 인간성 상실의 표상이 아니라, 함께함으로써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우리의 동반자로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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