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은 ‘흰 쥐의 해’로, 흰 쥐는 다산과 번영을 상징한다. 희망적인 해이긴 하나, 세계경제, 그리고 국내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신흥국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경제사슬’로 연결된 세계경제의 흐름은 좋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 및 국내 경제의 올해 전망과 돌파구가 될 방안 등을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천지일보 2019.12.31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천지일보 2019.12.31

미·중 등 선진국 성장 둔화세
신흥국 성장세는 유지될 전망
“내년 한국이 가장 어려울 듯”
“미래먹거리, 성장동력 시급”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승석 박사(부연구위원)는 천지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년 세계경제는 3.4%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성장률을 3.4%로 전망한 바 있다. IMF에 따르면 선진국은 내년에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5.8%로 처음으로 5%대로 떨어진다.

이승석 박사는 “IMF가 3.4%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 둔화세로 접어든 데다, 미국의 성장세 위축, 중국의 미중분쟁 효과 현실화에 따른 기업부채, 구조조정 문제 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내다보는 이유는 러시아·인도 등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내년에는 한국이 제일 안 좋다고 할 정도”라며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큰 데다, 2018년과 2019년은 저성장과 저물가가 고착화할 것을 경고하는 시기였기에 잘 대처해야 했지만, 대처를 잘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성장 성숙단계에 이르면 저성장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기는 하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가중되고 있는 탓에 국내에서의 성장동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부분은 최근 미국과 중국이 1차 무역협상을 합의한 점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여부를 보류 조치했고 약 1200억 달러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7.5%로 줄이기로 했다.

이 박사는 “부분적 합의나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며 “미국과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역량이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한국 경제에서도 그 비중은 상당하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되고 있어 추후에 2단계 협상이 필요하다.

이 박사는 “이미 미국이 관세를 인상했고 보호무역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실효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완전히 해결되는 데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갑자기 수출이 증가한다거나 국제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거나 하는 등의 안도감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되기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수출 정상화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설비투자 등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승석 박사는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2년간 워낙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에 기저효과에 의한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내년 1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로 인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박사는 “2~3년 전부터 불거진 브렉시트 이슈에 대해선 이미 경제숫자에 반영됐다”며 “당시엔 충격이 있었지만, 이미 이에 따른 영향이 경제활동에 반영되면서 현재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른 대안책으로 생산량 재고 수준과 생산 일정 조정을 탄력적으로 해나가고 스타트업의 경우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데 주력하며 산업 전반적으로 혁신 성장에 힘써 미래 먹거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박사는 “자유무역은 모두에게 득이 되는 무역형태고 보호무역은 강자가 모든 이득을 가져가게 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가 자유로운 무역 모드로 돌아가 과실을 나눠 갖는 방향이 돼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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