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치·경제·사회의 흐름이 모두 평탄치 않았다. 사법부에선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수감되는가하면 입법부인 국회에선 패스트트랙 사태로 인한 갈등으로 노루발못뽑이, 일명 ‘빠루’라는 연장까지 등장하며 ‘동물국회’라는 치욕적인 수식어가 나오게 됐다. 경제적으로는 일본의 일방적인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인해 반도체 핵심 부품의 공급이 단절되며 큰 타격을 입게 됐고, ‘조국 사태’에 둘로 나뉜 민심은 제각기 대형집회를 개최하며 혼돈의 끝을 보여줬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한 해 10대뉴스를 천지일보 뉴스팀이 선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6

1. 조국 논란에 ‘조국’이 둘로 갈리다

이 인물을 빼고 올 한해를 정리하려는 시도는 극히 어리석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조 전 장관은 올해 7월 ‘검찰개혁’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화두를 완성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실세 장관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 보였던 조 전 장관은 그러나 취임도 하기 전에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조모씨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포함한 자녀들의 입시비리 의혹,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와 이들이 운영했던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사상초유의 법무부 장관 압수수색을 통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였고, 언론은 조 전 장관 가족을 밀착 취재하며 단독 경쟁에 나섰다.

계속되는 의혹에 조 전 장관의 ‘조국’ 대한민국은 둘로 갈렸다. ‘조국 구속’과 ‘조국 수호’. 검찰이 개혁을 피하기 위해 조 전 장관을 희생양 삼고 있다고 생각한 조국 지지자들 수백만명은 검찰청이 있는 서울시 서초동을 가득 메우고 촛불을 꺼내들었다. 반면 검찰 수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광화문을 가득 메우고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촉구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10월 15일 가족의 건강상 문제를 들어 장관을 사퇴했다. 하지만 시작된 수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정 교수가 구속 수감됐고, 조 전 장관도 ‘감찰무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8년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DB 2019.5.28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8년 9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천지일보DB 2019.5.28

2.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관계 ‘최악’… 대화 동력은 ‘확보’

올해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은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일본은 지난 7월 1일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8월 2일 각의를 통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했다.

이에 반발한 우리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발로 지난 11월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한다는 조건 아래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1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이들은 향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지난 7월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화답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주요현안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3. 北美회담 지연 속 北 미사일 도발

올해 남북미 관계는 지난해에 이어 대화를 이어갔다는 데에는 긍정적으로 평가가 되지만, 2월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연말까지 쉽사리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북미 양측은 물밑 접촉을 하다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회담을 가졌지만 이 역시도 협상 실패로 마쳤다.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며 12월 중순까지 올해만 13번의 미사일 도발을 벌였다. 북한은 또 미국에 ‘새 셈법’을 요구하며 ‘연말시한’을 강요하고 있어서 한반도 정세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29일 시도하기로 한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바닥에 누워 있다. ⓒ천지일보 2019.4.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29일 시도하기로 한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바닥에 누워 있다. ⓒ천지일보 2019.4.30

4. 패스트트랙 충돌로 동물국회 회귀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 법이 통과된 이후로 폭력사태가 사라진 국회가 7년이 지나 동물국회로 회귀했다. 선거제도 개혁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사법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면서 여야의 충돌이 있었다.

충돌과정에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감금되고 빠루와 망치 장도리까지 등장했다. 이후 여야는 서로를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더 극단으로 대립을 이어갔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출처: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출처: 연합뉴스)

5. ‘화성살인’ 진범 이춘재, 33년 만에 검거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이자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인 ‘이춘재연쇄살인사건(옛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특정됐다. 1986년 1차 사건 발생 33년 만이다.

진범 이춘재(56)는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발달된 DNA 분석 덕분에 이춘재가 5·7·9차 사건의 진범임이 확인됐다. 이춘재는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했다. 모방범죄인 줄 알았던 8차사건 진범도 그였다.

올해 상반기를 달군 ‘버닝썬 게이트’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빅뱅의 전 멤버 승리를 비롯해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이 모두 연예계 은퇴와 함께 경찰·검찰 조사를 받거나 법의 심판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9.12.18
올해 상반기를 달군 ‘버닝썬 게이트’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빅뱅의 전 멤버 승리를 비롯해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이 모두 연예계 은퇴와 함께 경찰·검찰 조사를 받거나 법의 심판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9.12.18

6. 더러운 범죄가 들끓던 클럽 ‘버닝썬’

클럽 내 폭행시비로 시작됐던 ‘버닝썬’ 논란은 연루된 연예인들의 연이은 은퇴와 수사기관 등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로 확대되며 큰 논란이 일었다.

클럽 버닝썬을 운영한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선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하고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단톡방 멤버 가수 정준영(30), 최종훈(29) 등은 성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4월 5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의 불에 탄 집. ⓒ천지일보 2019.12.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성·속초·강릉 등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큰 산불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4월 5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의 불에 탄 집. ⓒ천지일보 2019.12.15

7. 끊이지 않는 대형 재해·참사 논란

올해도 대형 참사와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 강원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강릉, 동해, 인제 등으로 거침없이 번져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산림만 1757ha가 불에 탔고, 공공시설과 주택 등 피해가 3590곳에 달했다.

또 지난 10월 31일 응급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구에서 독도까지 출동한 소방헬기는 환자를 태운 후 이륙과 동시에 바다로 추락해 소방대원 3명, 민간인 환자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헌재의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헌재의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가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1

8. 낙태죄 제정 66년 만에 폐지 결정

올해 4월 11일 헌법재판소(헌재)가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규정 심판에서 해당 형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 1953년 낙태죄 규정 이후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낙태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다만 법조항을 즉각 무효화하면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내년 12월 31일까지를 법 개정 시한으로 뒀다. 낙태죄는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9. ‘양승태’ 사법부 수장 최초로 구속기소

올해 사법부에선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수감되는 치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며 구속기소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여러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260쪽에 달하는 분량의 구속영장청구서를 갖고 신병확보에 나섰다.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월 11일 47개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좋은 소식이 쏟아져도 모자란 판국에 올해는 충격과 공포,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흉악범죄 사건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왼쪽부터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사람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안인득’, 홧김에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장대호’. ⓒ천지일보DB
좋은 소식이 쏟아져도 모자란 판국에 올해는 충격과 공포,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흉악범죄 사건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왼쪽부터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사람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안인득’, 홧김에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장대호’. ⓒ천지일보DB

10. 살인·시신훼손·유기, 연이은 흉악범죄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멈추지 않고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바닷물에 유기하기까지하는 경악스러운 범죄가 올해 뉴스 메인을 뒤덮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이같은 행각을 벌인 ‘고유정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경남 진주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주민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죽이고 17명을 다치게 한 ‘안인득 사건’, 홧김에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장대호 사건’도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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