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계가 들끓는 가운데 종교계에서도 유독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단체가 있으니 한국기독교총연합회다. 올해 햇수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기총은 교세로도 한국교회를 대변하지 못하지만, 단체의 활동을 보면 이제는 대표는 물론 한국교회에서 퇴출해야 할 단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한기총이 역사적인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본다.
전광훈, 올해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 이후
대통령 하야 시국선언 등 정치 행보 박차
광화문 보수집회, 靑광야교회
이끌며 ‘보수계 아이콘’ 등극
“하나님 까불지마” 등 막말도
교계도 등 돌려… 대표성 상실
기독교정당 국회 입성 목표로
총선까지 정치 행보 이어질듯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전광훈 목사의 만남은 운명이었을까. 올해 초, 전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은 그간 감춰진 한기총의 민낯을 세상에 드러낸 계기가 됐다.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이란 날개를 달고 ‘시국선언문 발표’를 시작으로 강한 보수색을 드러내며 정치 행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올 한해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던 이념 논쟁의 중심에서 폭주 기관차와 같은 행보를 이어온 전 목사는 교인뿐 아니라 태극기 세력에게도 ‘메시아’ ‘선지자’로 떠오르며 어느새 극우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광화문, 청와대 등 사람들을 그가 원하는 대로 어디로든지 몰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흡사 고전 명작 속 ‘돈키호테’를 방불케 했다. 뿐 아니라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는다” “하나님이 문재인 폐기처분” 등 도를 넘은 막말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목사로서의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다. 전 목사가 정치 행보와 극우적 발언을 거듭할수록 한기총은 개신교 내에서의 그 위상과 세력이 점점 줄어들었다.
올해 전 목사가 주목을 받자 한기총의 현주소가 자연스레 드러났다. “한국 개신교 대표”라는 한기총 주장과는 반대로 소속됐던 주요 교단들이 이미 다 탈퇴한 상황이며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꼴’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나마 남아있던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대형교회들도 탈퇴를 선언하는 등 한기총 탈퇴 러쉬가 이어졌다.
교계 안팎에선 ‘한기총은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 ‘한기총이 타락에 타락만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현재까지도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문재인 대통령 하야’라는 정치적 목적을 향한 전 목사의 폭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기총이 개신교계에서 위상이 줄수록 그의 정치 행보는 극대화되고 있으니 교계의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당선… 시국선언 발표, 정치 행보 ‘시동’
전 목사는 올해 1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218표 중 121표를 얻어 당선됐다. 평소 정치 활동으로 이미 일부 사이에선 ‘스타 목사’로 알려졌던 그는 한기총 회장 당선 직후부터 취임사를 통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당시 전 목사는 “그리스도가 세운 나라를 결단코 그들(주사파)에게 내어줄 수 없다”며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할 일이 너무 많지만 먼저 국가의 해체를 막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일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당선되자 교계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미 한국교회 안에서 막말 등 숱한 논란으로 유명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 1월 대구에서 “이 성도가 내 성도가 됐는지 알아보려면 여 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해보라”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빤스 목사’란 오명을 얻었다.
또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제20조 2항이 무색할 만큼 노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일으켰다. 전 목사는 2007년 4월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올해 대선은 무조건 장로님인 이명박이 하는 거니까 대선은 할 게 없다”며 “만약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무조건 이명박 찍어”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강한 보수색을 보이던 전 목사는 이 전 대통령 당선 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였다. 2008년 무렵 전 목사는 기독사랑실천당이라는 기독교 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이러한 전 목사의 정치 행보는 한기총 대표회장이란 날개를 달고 새롭게 날아올랐다. 급기야 그는 시국선언문을 발표,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란 보수단체를 만들었다. 이러던 중 한기총 일부 목사들이 전 목사가 후원금을 빼돌려 개인의 정치적 활동에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목사는 이들을 모두 해임하거나 제명 처리하며 논란을 일단락 시켰다.
전 목사의 정치적 행보에 교계 안에서는 한기총이나 전 목사과 선을 긋는 주장들이 나왔다. 교계 시민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성명을 냈고, 교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더 이상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지 말라”며 전 목사의 막말과 정치 활동을 문제 삼았다.
◆ 황교안과 긴밀… 공천까지? 내년에도 정치 행보 계속될 듯
한기총 대표회장의 정치 행보에 올해 그나마 한기총의 교세를 유지해주고 있었던 교회들마저 등을 돌리며 한기총의 위기론이 부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 목사의 정치 행보는 멈출 줄 몰랐다. 8월부터 범투본의 총괄대표로 있는 전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국민대회는 전국 극우세력을 불러 모으며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고, 청와대 인근에서 노숙하며 대통령 하야를 위해 기도한다는 청와대 광야교회 예배는 경찰의 통제에도 현재까지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예배에선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며 예배의 전반적인 흐름은 현 정권을 비판하고,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특히 전 목사의 올 한해 모든 정치 행보의 목적은 내년 4월 총선 때 국회 입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본지는 올해 4월 한기총이 전국 선거구를 공략하기 위한 전국단위 조직망을 구축한 것을 확인,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익명을 요구한 한기총 한 관계자는 전국 253개 선거구에 위원장으로 배치된 목회자 이름이 담긴 서류를 보여주며 “앞으로 한기총은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각 선거구에는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6명이 위원장으로 선정돼 있다.
한기총이 이같이 지역구를 공략하는 이유는 내년 4월 총선을 공략해 기독교 정당의 국회 진입을 이뤄내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이 한기총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동일하게 253개로 분류한 지역연합회를 한기총 산하 단체 조직에 두고 ‘특정 당’과 연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특정 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20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기총을 직접 방문하며 이를 방증했다. 당시 황 대표는 “필요하면 행동을 모아주어 좌파 정부 폭정을 막아내자”고 요청했고 전 목사는 “(황교안 대표가)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갈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전 목사는 황 대표와 계속해서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며 지난 10월엔 한국당과 연계해 광화문 집회 등을 개최했다. 최근엔 내년 총선에 한국당 공천 대상자로 전 목사가 당 안팎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선 전 목사의 정계 진출이 코앞에 다가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계에선 전 목사의 정치 행보로 교회 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전광훈 목사님이 망해가는 나라를 살려주실 것”이란 지지자들의 믿음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이 내년도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전 목사의 정치 행보는 다가오는 해, 더욱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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