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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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날씨가 쌀쌀해지면 고향이 먼저 생각나고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긴다. ‘명절’이라고 하면 부모님과 지낸 그 좁은 방에서의 삶이 다시 머리에 그려지기도 한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명절만 되면 구들목에서 나타나는 조금은 누렇게 변한 낡은 봉투에 종이 지폐를 담은 세뱃돈을 받았던 기억은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케이크가 담긴 것처럼 생긴 박스를 하나 건네받으면서 집에 가서 온 가족이 같이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신나게 집에 들고 간 적이 있는데 열어보니 풍성하게 꽃이 장식돼 있고 한쪽에 종이봉투 하나가 있었다. 그 속에는 종이 지폐가 있었는데 때가 묻은 종이 지폐가 마음 편하게 너부러져 들어 있는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주는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는 그 맛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됐다. 꽃 장식과 함께 몇 푼의 정성이 담긴 박스를 용돈 박스라고 한다. 요즘 행사 때 애매하게 선물하기도 뭐 한데 용돈 박스 하나 선물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긍정의 생각도 샘솟고 나름 기분전환에 한몫했다.

새해에는 받는 마음보다 주는 마음이 더 앞섰으면 좋겠다. 또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는 여유도 생기고 악한 기운들을 다 떨쳐버릴 수 있는 강인함도 한 번 더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다정한 인정을 나누는 공간에서 항상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온 누리에 평화와 행복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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